세계 각국서 진단 키트 수요 급증

기업마다 월 80만~100만개 키트 생산 가능

시장 규모 올해 160억달러로 확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한국의 진단 키트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all Allpex'. 출처=씨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유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이 따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신종 감염병 경보 단계중 최상위 단계로 여러 대륙 국가들에서 감염병이 동시에 대유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WHO는 2009년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시 팬데믹을 선언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이 넘어서면서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사태를 겪은 후 2017년 신속히 진단검사를 확대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 진단키트 기업들은 이를 통해 빠르게 제품 출시에 나섰다. 긴급사용승인 제도는 기업이 새로운 진단 키트를 개발해 사용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약 1년이 필요하지만 긴급상황에서는 이를 한시적으로 승인하는 제도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실시한 후 양성반응이 나올 시 환자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므로 진단까지 1~2일이 필요했다. 이후 코로나19만을 타겟하는 새로운 겁사법인 ‘실시간 PCR(중합효소연쇄반응, 유전자 증폭기술 중 하나)’이 개발되면서 검사 6시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새로 도입된 실시간 PCR은 유전물질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검체를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넣고 PCR 장비에 돌릴 시 해당 검체에서 일정한 값에 이르는 수준까지 증폭이 일어나면 양성이다.

글로벌 기업 다수에도 코로나19는 한국 진단 키트

SK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600억 5451만달러에서 2023년 831억 7722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체외진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다. 로슈는 해당 시장에서 19.6%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에보트 13%, 다나허 10.2%, 지멘스 9.9%, 써모피셔 6.3% 순이다. 기타 기업들이 40.5%를 차지하고 있다. 체외진단 시장 중에서 분자진단 시장은 연평균 15%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분자진단 글로벌 시장은 올해 160억달러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체외진단 및 분자진단 시장규모(단위 억달러). 출처=SK증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주목을 받는 한국 진단기업으로는 씨젠이 꼽힌다. 씨젠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진단 키트 개발에 착수했다. 이 기업은 지난 1월 코로나19 염기서열이 공개되자 진단 키트 개발을 본격 시작했다. 2주만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에 성공한 씨젠은 유럽과 한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얻어 지난달 18일부터 이를 공급하고 있다.

씨젠은 전국 각지 진단 현장에 연구개발(R&D) 인력 68명을 파견했다. 2월에는 하루 2만건 테스트가 가능한 물량을 생산했고 이달부터는 10만 테스트 이상으로 규모를 늘렸다. 씨젠 관계자는 “한국에 필요한 물량 이상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면서 “확진자 수가 대폭 늘고 있는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요청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젠 외에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기업은 코젠바이오텍ㆍ솔젠트ㆍSD바이오텍 등이다. 긴급사용승인은 총 42개 기업에서 64건을 신청했다. 식약처는 승인한 4건을 포함해 19건을 검토 완료했으며 나머지 45건을 검토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긴급사용이 승인된 코로나19 진단시약 4개 제품은 모두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에서 생산된다”면서 “9일을 기준으로 1만 5971키트(52만 2770명 분량)이 생산돼 1만 1478키트(38만 1500명 분량)가 공급됐고 4493키트(14만 1270명 분량)는 해당 기업에서 재고로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진단 키트 기업은 1달에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각각 80만~1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 진단 키트 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한 달에 코로나19 진단시약을 약 80만개 생산할 수 있다”면서 “80만명 규모를 진단할 수 있는 규모로 보면 상당히 크다. 다른 기업은 100만개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각국에 한국 진단 키트 수출 시작

하루 확진자 증가 수가 줄어들면서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중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EU), 중동 등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이스라엘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태국ㆍ브라질 등은 정부 차원에서 진단 키트를 납품 받기를 씨젠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씨젠은 이달부터 수출 물량을 하루 생산 물량의 10%에서 25%로 늘렸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주요국 중 진단 키트 생산과 공급에 여유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면서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그에 맞춰 공급을 늘릴 수 있어 국내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랩지노믹스도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중국에 이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남양시 제일인민병원은 랩지노믹스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공급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 병원은 랩지노믹스가 진단 키트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중국 진단기업 YIDAICL이 속해 있는 상급의료기관이다.

랩지노믹스는 앞서 그리스 의료기기 전문기업 애스클리피오스와 코로나19 진단 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초도 물량은 5000테스트 규모다. 이 기업은 이외에도 최근 UN초달기구(UNGM)에 협력기업으로 등록을해 해외 판매채널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중동지역과 EU지역 이외 지역의 국가에서도 문의가 있는 관계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도 랩지노믹스의 진단 키트가 공급된다. 우선 공급되는 곳은 네바타, 워싱턴, 뉴저지 등 3곳으로 랩지노믹스는 주정부 협력기업과 기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들은 주정부의 조달업무에 참가하는 협력기업들로 의료기관에 진단장비와 의료용 소모품을 납품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협력기업들을 통해 각 주정부에 테스트용 진단 키트를 제공하고, 성능평가를 거친 후 협력기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중동, 유럽 지역에 이어 미국 시장에도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공급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추세에 따라 해외 영업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