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가운데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부상하고 있다. 비록 정부가 11일 열린 당정청 회의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선을 그으며 활발한 논의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이번 기회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널리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재난상황에서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측면이 강하지만, 기본소득은 평시에도 일정정도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둘의 차이에 집중하면서 단계적인 로드맵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이재웅 대표가 쏘아올린 공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주장을 하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인한 경제위기는 심각하다"면서 "사람이 버텨야 기업이 버티고 경제가 버틴다.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50만원씩 1000만명에 주면 5조, 2000만명에 주면 10조원이다. 20조원의 추경을 준비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원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 시기에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그 돈을 받아서 저축하지 않는다. 밥을 먹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출근하고, 마스크를 사고, 집세를 낸다. 버티기 위한 소비를 한다. 최저 소득이 있어야 사람이 버틴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정식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8일 국회와 정부에 제안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적극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재난기본소득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0일 재난기본소득을 겨냥해 "4.15 총선용 현금살포"라면서 "국민 세금을 풀어 표를 도둑질하려는 시도는 꿈꿔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도 "재난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평생 자기 손으로 돈을 벌고 세금을 내본 적이 별로 없는 분들"이라며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의 경우 당초 재난기본소득에 있어 일부 전향적인 입장이었다. 실제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재웅 대표가 말한 재난기본소득을 언급하며 "과감성 있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 돌연 '반대'로 선회했다.

이 대목에서 이재웅 대표가 주장한 재난기본소득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기본소득 정책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본소득정책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주기적으로 일정 생활비를 제공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다만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다.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소비력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경기부양을 꾀하고, 또 시민이 생활의 안정을 찾아 새로운 경제활동에 돌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핀란드는 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받던 이들 가운데 무작위로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정책을 단행했고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2017년부터 빈곤층 주민 4000명에게 3년간 매달 약 12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최근 기본소득실험을 종료한 핀란드의 경우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선정된 2000명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49.64시간을 기록,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이들의 49.52시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시민의 행복도는 올라갔다. 즉 기본소득을 통해 시민의 행복감은 보장했으나 기대했던 경제활동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재난'기본소득이라 중요하다
일반적 의미의 기본소득정책은 절반의 성공이며, 결국 이를 확실하게 단행하려면 치밀하게 기회비용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기대효과에 비해 세금인상 등 반대급부가 너무 크며, 무엇보다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다만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재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기계적인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비교하면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야가 1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경 편성에 집중하는 가운데 세부내용으로는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3종 세트, 소상공인 대상의 1%대 초저금리 대출 및 지역신용보증기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확대를 비롯해 다양한 쿠폰을 발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문제는 이러한 추경의 현실적인 경기부양가능성이다. 코로나19가 번지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과연 재래시장쿠폰을 발행하고 자동차 소비세 면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기부양일까?'라는 원론적인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추경의 경우 금융적 측면에서도 대출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기에 추경의 효과를 두고 우려가 크다.

재난기본소득이 이러한 우려에서 답이 될 수 있다.

일단 재난이 벌어지면 가장 어려운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사람이며, 또 이들이 국내 경제인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이 적은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 당장 골목상권부터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비 촉진을 위하여 일자리, 휴가, 문화, 관광, 출산 등 소위 5대 쿠폰제도를 발행한다고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극장을 가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산이 적은 사람들을 위해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아래에서의 위로의 경기 부양'을 꾀하는 결정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기본소득이 '퍼주기 프레임'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약점이 있다면, 지금은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재난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무대는 완성된 상태다.

이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완성되면 추후 일상적 상황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코로나19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무대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관련된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