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규모는 15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치킨게임'으로 향후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 손실이 커져 작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은 원유 DLS 총 129개에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각각 공지했다.

원금 손실(녹인·knock in)조건을 충족하는 이들 129개 D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1533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 38개 818억원, 미래에셋대우 20개 344억원, 한국투자증권 54개 279억원, 삼성증권 17개 92억원이다. 해당 DLS 상품들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혹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이 중 NH투자증권 ‘DLS 3232회’의 경우 지난 9일 WTI가 배럴당 31.13달러, 브렌트유가 34.36달러로 기준가의 48% 선인 WTI 32.58달러, 브렌트유 36.69달러 밑으로 하락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상품은 잔액 50억원이 설정돼 있어 단일 DLS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대부분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약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없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추가 150b/d 감산이 러시아의 반대로 실패하면서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 대폭 인하 및 증산을 발표한 결과 유가가 20% 이상 급락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이들 DLS는 아직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며, 만기까지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 DLS 원금손실조건 발생 공지, 출처=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삼성증권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기간 중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한계가격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만기 시 원금이 보장되지만,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보장이 되지 않고 최종기준가격의 수익률에 따라 손실이 가능하다”면서도 “만기 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로서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 또는 손실에 영향을 주는 세부 요건 등은 안내문을 통해 다시 설명해 드리겠다”고 안내했다.

다만,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10일(현지시간) 내달부터 산유량을 지난달보다 27% 더 늘리겠다면서 경쟁국인 러시아와 미국 등에 사실상 ‘유가전쟁’을 선언해 추가 유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치킨게임’에 돌입해 유가가 더 떨어지면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서는 DLS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어 업계와 투자자들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