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보건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 전망하며 10일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0%로 낮췄으며 무디스도 최근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하락 전망했다.

각 국은 전방위적 태세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며 민관은 물론 여야가 합심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다소 아쉽다. 방역 작전에 있어서는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강력하고 투명한 로드맵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응하는 정부, 특히 국회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갈지자 행보다.

4.15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 가득한, 당리당략에 빠진 경제 아마추어들의 형편없는 행태에 몽골기병 전략에 준하는 경제 속도전을 펼쳐야 하는 국내 경제계도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군사학은 물론 스포츠,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로 "최선의 방어는 공격"라는 격언이 있다. 위기에 빠졌을 때 주춤거리지 말고 오히려 공세로 나서며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유가 하락 및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에 봉착한 각 나라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기 코로나19 방역에서는 실패했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눈부신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긴급 예산안으로 83억달러를 책정하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에 25억달러를 코로나19 긴급 예산안으로 편성해달라 요청했으나,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미 하원은 물론 미 상원은 오히려 기존 예산안과 비교해 3배나 많은 83억달러로 증액해 지난 4일(현지시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83억달러의 코로나19 긴급 예산안에 서명하며 "나는 25억을 요청했는데 83억을 얻었다. 받겠다"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여세를 몰아 3000억달러 수준의 급여세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책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대동하고 의회를 찾아 협조를 요청했으며 므느신 장관은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현 상황에서 83억달러 수준의 긴급 예산안은 미 의회를 통과했으나 3000억달러 수준의 급여세 인하 정책을 두고는 민주당의 반발이 큰 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국정연설에 나설 당시 자기의 연설문을 면전에서 찢어 화제를 모았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의 앙금이 여전한 상태에서 엄청난 규모의 급여세 인하가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례 오찬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양측의 기류도 심상치않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초당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대도 큰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방문해 3000억달러 수준의 급여세 인하 정책을 제안하자, 당장 미국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며 진정세에 돌입했다.

한편 유럽연합도 공동대응에 돌입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유럽이 뭉쳐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재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50억유로의 긴급기금을 조성했으며, 국가부채가 엄청난 이탈리아에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중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대한상의

"갈 길이 멀다"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4조원의 예비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한편 16조원의 긴급경기부양책도 나왔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청사진도 나왔다. 정부는 4일 예고했던 대로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경 편성을 완료했으며 이를 5일 국회에 보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함이다.

11조7000억원의 추경은 규모로만 보면 2015년 메르스 당시의 11조2000억원 추경 규모를 뛰어넘는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9.8%에서 41.2%로 1.4%p 키우는 모험을 감수하고 내놓은 극단의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수출 전선은 물론 내수경기가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추경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추경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9일 "추경의 규모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경(11조7000억원)이 전액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 자체로 놓고 보면 GDP에 미치는 효과가 한 0.2%p 정도 수준이다. 1%p 경제 성장률을 높이려면 과연 얼마나 돈이 드는지 거꾸로 역산하면 거의 40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1일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만으로 위기가 진정되기는 어렵다"면서 "당도 그런 방안을 추경에 추가 반영할 준비를 서둘러 갖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차 추경에 대해 선을 그었으나, 당정청 회의에서 추가 추경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정부의 향후 정책 결단에 시선이 집중된다.

문제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차단할 최소한의 전략인 추경 논의가 국회에서 공회전 조짐을 보이는 대목이다. 여야는 17일 추경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종배 의원은 "추경 처리에 적극 협력하겠지만, 추경을 보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행될 가업에 집중돼 주객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대구 경북에 배당된 추경이 전체의 고작 5.7%인 5200억 원밖에 편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1일 추경안을 심사하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종배 통합당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은 동법 60조에 명시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은 채 추경이 편성, 모순된 행태를 정부에서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유튜브에 출연해 추경을 두고 "무조건 돈만 집어넣겠다는 식으로 짠 추경안이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서는 추경을 둘러싼 국회의 논의를 두고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당초 2월 말 추경 논의가 시작된 후 정부의 전격적인 액션플랜이 나왔고, 이를 국회가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7일 추경이 통과되는 것에 여야가 합의한 상태에서 정당한 문제제기도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정치적 판단'이 추경 논의에 필요이상 녹아있어 보이는 점은 문제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