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오프라인 유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가장 민감한 산업으로 꼽힌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언택트’ 마케팅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는 매장구매, 전화주문, 온라인 결제에 이은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됐다.

유통지형 바꾼 코로나… '신선식품'도 온라인 구매

지난 2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를 통해 물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온라인 장보기 전문 앱이 등장하고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는 생활양식 전반에 '비대면' '사회적 거리 유지'라는 이슈를 제기했다. 이번 질병 이슈가 이커머스, 나아가 유통업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온라인 상품 구입 경험률. 사진=컨슈머리포트

지난 10일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학교 유통연구센터에 따르면 올 2월 온라인을 통해 식품 및 생활·뷰티 용품을 구매한 온라인 쇼핑 이용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온라인 쇼핑 이용자 중 식품 및 음료를 구매한 소비자의 비중은 37.8%에서 41.5%로 늘었고, 생활용품 구매자는 39.3%에서 39.6%로, 건강식품 구매 소비자는 30.8%에서 34.1%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온라인 구매 품목 1위인 의류 및 잡화 구매자는 51.9%에서 46.6%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식품 및 음료’ 부문의 통계 변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유통이 점유해오던 시장이지만 질병 이슈 이후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오프라인 유통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이용자도 급격히 늘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일평균 신규 고객 유입은 2만3000명을 기록했다. 상품을 결제하는 평균 객단가도 20% 급증했다.

이용자가 늘고 구매 금액도 훌쩍 뛰었다. 보수적인 구매 패턴을 보이던 신선식품 분야, 특히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 쇼핑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이유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한 번 바뀐 소비패턴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유통산업 지각변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 현대백화점이 매장 상품을 네이버 쇼핑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라이브쇼핑 서비스를 지난 11일 시작했다. 사진=현대백화점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무한 확장 시도

코로나19가 야기한 또 다른 유통 트렌드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추진 중인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이다.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 등은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강화를 추진해 왔고, 그간의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험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코로나19에 의해 마련됐다.

신세계는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배송 처리 물량(쓱배송)의 능력 20%까지 확대했고,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중인 ‘새벽배송’ 서비스 능력을 150%(1만→1만5000건)로 늘렸다.

이마트의 경우 일평균 온라인 주문건 처리 물량 약 13만 건 중 5만 건을 지역 점포에서 담당할정도로 오프라인 매장의 비중이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세계 그룹 O2O(온·오프라인 통합) 시스템 적용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의 배송확대 확장의 발판도 마련됐다. 

롯데마트 역시 배송 차량을 20% 가량 늘렸다. 물류센터의 작업인력은 평소보다 13% 늘었고 향후 100대의 배송차량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풀필먼트 스토어’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아직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지만 고객이 물품을 주문하고, 원하는 시간대로 예약하면 제품을 ‘바로배송’ 해주는 시스템이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마트들이 배송 관련 인프라를 확대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역시 배송 처리물량을 늘렸다. 배송 물량을 평소보다 50% 확대했고, 창고형 매장 ‘홈플러스 스페셜‘의 온라인몰 ‘홈플러스 더 클럽’은 무료배송 기준 금액을 40%을 하향 조정했다.

백화점의 경우 상품 소개와 배송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라이브 커머스’라는 시험적인 마케팅을 확대 적용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TV홈쇼핑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로 보면 쉽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요기요, 부릉 등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편의점 CU의 경우 올해 2월 20일~3월 8일까지의 서비스 이용자가 지난해 10~12월 평균 대비 72.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롯데마트의 온·오프라인 통합몰. 사진=롯데쇼핑

문제는 ‘성장성’… 규제에 막힌 대형마트 서비스

비대면 마케팅 수요 증가에 맞춰 대형마트, 백화점이 플랫폼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규제에 막혀 비약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물류센터와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성, 배송차량을 사용해 신선식품과 공산품을 배송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러나 운영 형태, 시간 등의 규제로 인해 활동 범위가 제한됐다. 

코로나19 이슈가 불거진 현 시점에서의 문제는 규제에 묶인 '의무휴업' 기간 '배송금지' 조항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경우 휴업일 다음날부터 제품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이커머징 업체들과의 경쟁에 한계가 있다.

지난달의 경우 이커머스 업체들의 물량 부족 문제가 대대적으로 불거졌음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의무 휴업을 단행, 시장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의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음에도 규제를 빌미로 한 영업 중단은 규제가 유통업계의 실시간 이슈를 따르지 못한다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23일 서울 및 경기도에 위치한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면서 쿠팡과 마켓컬리의 접속자가 급증한 바 있다. 배송이 몰리면서 마켓컬리는 접속 초기화면에 배송마감 공지를 올렸고,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적지 않은 제품들이 품절된 바 있다.

온라인 서비스의 확대가 기존 소상공인과 상생 문제를 이슈화 할 가능성도 크다.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성장을 위한 규제적 한계가 뚜렷하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커머스 접속자는 통상적으로 접속하던 이용자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고, 이는 잠재적으로 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예가 될 것”이라며 “이번 이슈를 계기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소비자들의 경험이 만족으로 이어지진다면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도는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해왔지만 매장의 배송기지화, 온라인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 이슈로 마트를 온라인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유입되고 있고, 이는 신선식품 등 강점이 있는 상품을 위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 유통의 목적 달성하는 방식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기업들의 체질 개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