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 기자는 법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러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움직이면 이슈가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차기 공판이 미뤄진 것과 관련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이 부회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국회와 시민단체의 압박으로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해 공판을 미룬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모든 회사 경영상황을 준법감시 관리하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또 준법기구를 확대하면 감형해 주겠다는 경우는 선례에서도 없었고, 법적으로도 (양형의 대상)적용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준법감시제도를 반드시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 뿐 만 아니라 상장법인까지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준법감시제도가 형벌의 정도나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양형’ 기준에 적용되는 첫 사례라는 점, 또 그 대상이 재벌 기업인만큼 사회의 관심과 준법감시 여부 등 우리 법체계상 양형 기준으로 적용 가능할까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제도가 탄생한 미국은 1984년 개인과 기업 간의 들쭉날쭉한 판결로 인한 사법 불신문제를 개선하고자 양형개혁법(Sentencing Reform Act)을 제정했다. 또 1991년 11월 1일 ‘기업범죄에 관한 연방양형지침서’를 시행하면서 기업 내 효과적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시스템의 유무를 확인해 벌금에 차이를 둬 법 감시를 양형에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의 반응은 기업이 아닌 개인의 감형 사유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준법감시제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형법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미국에서 준법감시제도를 금융기관에 적용해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를 기업에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준법감시제도 도입에 세간의 많은 관심과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법감시제도의 안착을 원한다면, 재판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기업은 단순히 보여 주기식이 아닌 진정성 있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운영해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준법감시제도가 긍정적으로 안착된다면 오너 중심 의사결정이 횡행한 우리 기업 정서에 ‘준법’이라는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비판에 맞설 만큼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변화는 결국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