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우려에 각국의 정책 공조 움직임이 긴박한 가운데 국내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에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대책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것이 즉각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10일 긴급 한은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은행의 필요자금 조달 비용은 몇주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기업의 채무불이행 확대와 당국의 기업지원 압력 등은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된다.

이에 한은은 통화정책보다는 유동성이 필요한 적시적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자금 수급 과정에서 발생한 부족 자금을 지원하는 자금조정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을 유도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금융기관의 일시적 부족 자금을 지원하는 일중당좌대출 등 대출정책을 통해 필요한 곳에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비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수단의 활용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한은은 2월 금통위에서 금융중개지원 대출 카드를 사용했다. 한은은 금융기관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또 다른 카드인 공개시장운영정책도 비축하고 있다.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은이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정책을 통해 한은은 은행채·특수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한은으로써 금리 조정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다. 지난 금통위에서도 정책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은은 이번 소비·생산 위축이 보건과 안전 위험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1.25%로 역대 최저수준인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안심리를 금리 인하로 잠재울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국내코로나 19 확진자가 7000명을 넘었지만 신규확진자나 검사 대상자는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카드는 4월이 유력한 상황이다. 3월중 임시회의를 통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총수요 부양의 효과가 크지 않은 환경인 만큼, 적극적인 금리 정책금리를 통해 대응하기보다는 좀더 상황을 지켜보려는 판단도 통화당국의 정책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대외변수의 충격을 아직 지켜볼 여지가 있고, 미국 등 선진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확인해야 하는 점과 재정 지출이 향후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야 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미국 금리인하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면서도 통화정책만으로는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신중한 스탠스를 보였다"며 "관건은 금리인하 횟수로 1차례 금리인하로 이번 사태로 인한 경기 하방리스크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며,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 2차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