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 / 홍익대에서 예술기획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공동회장, 서울시 박물관협의회 부회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으며, 국민대 미술학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 읽는 CEO》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 등의 저서가 있다.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4월9일 개최한 제1591회 세미나에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이 ‘창의력과 상상력의 명화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요즘 경영자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다. 예술가들은 생각, 감정, 철학 등을 예술적 언어로 표현한다. 늘 자기 것에 대한 집중과 몰입을 통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그러다 보니 혁신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예술가들이다. 자기 안의 것들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자신에 대한 기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수치가 아닌, 자기 내부의 판단에 의해서 또 다른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다. 자기에 대해서 혁신할 수밖에 없다. 예술가들을 영매, 샤먼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우주를 연결하기 때문이다.

미술가의 눈빛은 늘 반짝거리는데 관찰을 통해서 시각적인 조형어법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술 감상을 많이 하면 세상만물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휘슬러가 영국의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영국에 안개가 없었다”는 말이 있다. 휘슬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살았던 화가로서 영국의 안개를 잘 묘사했다.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보면 인왕산을 보게 되고,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면 해바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관심을 두게 된다.

구름, 태양, 꽃, 사람을 묘사한 그림을 통해서 주변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되고 눈을 키우게 한다는 것이 미술 감상의 좋은 점이다.

예술작품은 은유적이다.
은유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감성을 끄집어내게 하기 때문에
창조 경영과 맥이 통한다.

낯선 감성을 자극하는 마그리트
마그리트의 ‘기억’이라는 작품을 보자. 한눈에 봐도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그런 그림이다. 가운데 보면 석고 여성 두상이 나와 있다. 여성의 얼굴에 얼룩, 핏자국이 있다.

배경에는 하늘이 있고, 옆에는 커튼이 있다. 이미지 하나하나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이 그림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유도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기억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여성 뒤에 푸른 하늘은 과거의 이상적인 푸른 하늘을 떠오르게 하고, 커튼은 우리의 기억을 가리고 있고, 젖히면 푸른 하늘, 동심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여성의 얼룩은 과거 기억 속에 상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유도한다.
예술작품은 은유적이다.

은유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감성을 끄집어내게 한다. 이 그림을 통해서 전혀 낯선 공간, 평범한 소재들을 낯설게 배치해서 우리에게 시각적 충격을 유도하고, 감성을 자극하면서 사고를 연상시키게 한다는 것이 마그리트 그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토라는 불가리아 출신의 설치예술가가 있다. 이 작가 작품의 특징은 대담하게 공공건물, 국회의사당, 대자연 등 미술작품이 될 수 없는 것들을 포장을 통해서 작품으로 제시하는 놀라운 발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은색 나일론 천으로 포장을 하고 파란 띠로 포장을 했다. 수년간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해서 인허가과정을 거쳐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왜 특정한 공공기관을 포장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공공건물을 포장한 크리스토
예술가는 자기 생각, 사상, 철학, 감정을 표현을 한다. 이 사람은 자기가 표현하는 방식을 설치기법,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 포장을 한다는 것은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포장된 제품의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소중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작가도 똑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베를린의 국회의사당도 선물로 포장할 만큼 가치가 있고, 포장을 빨리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과 성의가 담긴 건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이 의사당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의 합의점을 만든 곳이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곳이 세계의 민주주의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서 포장을 한 것이다.

섬, 공공기관, 콜로라도 계곡, 퐁네프의 다리도 포장을 했다. 포장 이벤트를 통해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포장 이벤트로 충격을 줘서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환경의 중요성,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알린다. 그가 한강의 다리, 남산을 포장한다면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용품을 예술품으로, 올덴버그
올덴버그라는 팝아티스트의 작품을 보자. 만화, 상품광고라든지 대중 취향적인 평범한 것들과 순수미술을 접목시킨 것이 팝아트이다. 올덴버그는 팝아트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빨래집게’라는 야외 조각작품은 13m 높이, 재질은 강철이다. 일상용품으로 쓰고 있는 평범한 플라스틱 빨래집게의 사이즈를 키우고, 재질만 바꿔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품은 고가품이고 예술가의 혼이 들어 있는 정신의 산물로 일상용품과는 다르다는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일상용품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잠든 눈을 깨우기 위해서 재질과 사이즈를 바꾸었다. 추상적인 느낌과 형태미를 준 것이다. 올덴버그는 평범한 일상용품의 사이즈와 재질을 바꿔서 예술품을 만드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거대한 톱으로도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톱을 한번도 미술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이즈를 키워보니 톱날, 손잡이가 근사하게 보인다. ‘기계문명이 자연을 정복한다, 자연을 재단한다’라는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거대한 셔틀콕도 올덴버그의 작품이다. 올덴버그는 일상용품과 미술품의 경계를 해체한 민주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실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단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없고,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중 이미지를 보여준 아르침볼도
창조의 조건으로 이중의 이미지가 있다. 하나의 작품 안에 두 가지, 세 가지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는 이미지이다. 실체의 이중성을 파악해야 한다.

아르침볼도의 ‘베르툼누스의 모습을 한 루돌프 2세’라는 작품이 그렇다. 가까이에서 보면 식물이지만 원거리에서 보면 인물로 바뀐다는 것이 이중 이미지의 특징이다.

인물과 정물의 이미지를 창안해서 아르침볼도가 이름을 알리게 된다. 루돌프 2세는 선정을 펼친 군주로 그의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왕이 정치를 잘해서 백성들이 먹고 살기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사에 없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선보였다.

아르침볼도의 ‘사계’란 작품을 보면 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했다. 제철과일과 꽃으로 인생의 4단계를 대입시킨 절묘한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인생에 교훈을 주고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다 늙고 헐벗었지만 목에서 레몬이 자라고 있는데, 인간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