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본 관광객 비자 면제 중단

중국 외교부가 3월 10일부터 일본 관광객들에 대한 비자 면제를 중단한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3월 9일 전했다. 중국 외교부가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15일 이내 체제에 한해 인정하던 비자 면제 조치를 일부 정지한다는 의미이다.

10일부터 정지되는 비자 면제 조치는 여행과 친구 방문, 환승이 목적인 경우이다. 사업이나 친족 방문 목적의 경우에는 초대받은 사실을 보여주는 서류가 있으면 면제가 인정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경우는 비자 면제 조치가 중단된다.

중국 외교부가 일본인 관광객들에 대한 비자 면제를 중단한 이유는 일본 때문이다. 일본이 3월 9일 0시를 기해 먼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체류 비자 등의 효력을 정지하고, 양국 출발 입국자에 대해서 2주 동안 사실상의 격리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반격으로 우선 한국 정부가 같은 시각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는 등 ‘대항조치’를 취했고, 중국도 뒤이어서 한국 정부가 한 것처럼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중단한 것이다.

한국에 이어 중국까지 일본 관광객 비자 면제 중단이 발표하자, 일본 내 파장은 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관련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정치적 판단”이었으며, “일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도록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코로나19 해법

일본의 코로나19 대책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웠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서 이탈리아와 이란의 일부 지역을 입국 거부 대상에 추가할 방침을 굳혔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한 것이다.

입국 거부는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한 조치로 해당 지역에서 14일 이내 체류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 정부는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 마르케, 피에몬테 등 5개 주를 입국 거부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3월 5일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밝힌 방역대책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중국 주재 대사관에서 발급된 비자 무효화, 한국·홍콩·마카오인의 무비자 입국 중단, 한국·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2주간 격리’ 조치 등 발표한 것이다. 발표 직후, 현지 언론들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그러나 발표는 돌이킬 수 없는 일. 한국, 중국 정부도 맞불 대책으로 나왔고, 일본 정부는 형평성을 위해서 이탈리아와 이란까지 입국 거부 대상에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말은 심각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탈리아와 이란 이외에도, 다른 나라들까지 입국 거부 대상에 추가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성급한 판단으로 일본은 완전 고립국가가 될 수 있다.

 

이미 물 건너간 2020 도쿄 올림픽

올해 7월 24일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일본은 늘 올림픽을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며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일본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3월 6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일본인 45%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고 예상한 응답자는 40%에 그쳤다.

오는 3월 12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 올림피아에서 도쿄 올림픽 성화 채화식을 관중 없이 열기로 한 일본. 일본은 올림픽 성화 도착 행사 역시도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3월 26일부터 7월 24일까지 성화 봉송 릴레이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지만, 설령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분산 개최지 중의 하나로 알려진 후쿠시마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발생 9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은 두려울 정도이다.

도쿄 올림픽 성화 출발지 이와키시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1μSv.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기준인 시간당 0.3~0.5μSv를 훌쩍 넘긴 것이다. 올림픽 분사 개최지역 후쿠시마 거의 대부분이 IAEA 방사능 기준을 넘겼고, 45%는 기준치의 3배를 넘긴 상태.

그린피스는 “하기비스로 후쿠시마 하천의 세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며 “이는 결국 태평양에 유입되는 방사성 퇴적물도 늘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도쿄 올림픽 이 개최될지도 의문이지만, 개최되어도 분산 개최지 후쿠시마는 뒷말이 남을 수 있다.

 

아베노믹스가 가져올 수 있는 충격적인 대역풍

한국, 중국의 비자 면제 중단, 도쿄 올림픽의 강행과 방사능 오염 지역 후쿠시마의 분산 개최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촉발할 아베노믹스의 붕괴가 진짜 문제이다. 일본은 지금 경제정책을 중시해온 아베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17일 발표한 2019년 10~12월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1년으로 환산할 때 -6.3%였다.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이고, 5사분기 만에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일본은 지금 불황공포가 확산 중이다. 그렇다면 불황공포의 출발은 무엇일까? 일본 언론은 2019년 10월 8%에서 10%로 소비세를 인상한 후 뒤따른 개인 소비 위축, 태풍과 집중호우, 겨울 이상 고온 이상 기후가 경제에 끼친 영향, 미중 무역전쟁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나름 분석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2012년 말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시작된 아베 정권은 경기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정권의 기반으로 삼아 왔다”며 “그런 간판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했다. 공산당 등 야당은 일본 대불황 가능성까지 들고 나온다.

일본 언론 여론조사에서, 국민 50% 이상이 “코로나19를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과 언론은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다”는 비판을 내놓고, 한국과 중국의 관광객 감소가 일본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가늠하고 있다. 문제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느닷없이 실행한 한국, 중국의 비자 면제 중단을 해제할 출구전략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은 대불황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