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우리가 흔히 구매하는 꽃가격에는 해외로 지불되는 로열티 비용이 포함돼 있다. 해외에 지불되는 로열티 비용만 약 85억원. 농가 부담도 만만찮다. 유가상승 및 소비감소로 화훼농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로열티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산품종 개발이 본격화 되고 있다.

“장미 한 단 가격 어떻게 해요? ”
“10송이에 2만 5000원입니다”
장미 한 송이 가격이 2500원 가량이니 꽃값이 오르긴 많이 올랐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꽃집에서 보는 장미는 아다시피 우리나라 토종이 아니다. 때문에 장미 한 송이 가격에는 해외로 보내는 로열티가 포함돼 있다.

장미뿐 아니라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꽃들은 로열티를 지불한다. 로열티 가격은 장미 한 그루 당 최고 1500원, 화환에 주로 쓰이는 거베라는 600원, 안개꽃은 300원, 난은 약 700원 정도를 외국 종자회사에 지급해야 한다. 한 해 꽃 로열티만 85억 원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화훼농가들 역시 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 헉헉거릴수 밖에 없다. 우수한 품종개발과 보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관세 등 각종 세금도 무시 못한다. 예를 들어 장미를 수입하려면, 먼저 최대 수출국인 네덜란드, 태국, 멕시코, 케냐, 에콰도르 등지에 구입 의사를 밝혀야 하고, 그 다음 통관을 진행하며 관세 8%, 부가세 10%를 내야 한다. 로열티 외에 이러한 비용이 모두 꽃값에 포함된다. 때문에 국산 품종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1990년 이후 화훼가 수출산업으로 인식되면서부터 국화를 시작으로 농가의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품종 개량을 진행 중이다. 국산 꽃 품종개발이 활발해지며 지난 5년 새 국산 품종의 보급률도 최대 15배까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농진청 등 국내에서 개발한 꽃 품종은 42종, 올해는 50여 종의 국산꽃이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창 국산품종 개발 중인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찾았다. 이곳 시험장에는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난, 프리지아, 장미, 거베라, 선인장, 포인세티아 등의 국산꽃 품종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 중인 국산꽃 품종들.

처음 찾은 온실 안에는 1996년도부터 작물재배를 시작한 ‘난’ 이 자라고 있었다. 농진청 원예작물부 화훼과의 신학기 연구관은 국산품종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시간” 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10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기후와 다른 조건에서 개발되는 난이 아닌 우리나라처럼 사계절 기후특성에 맞는 국산품종인 난의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리지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색의 프리지아 외에도 보라색, 분홍색, 주홍색 등 형형색색의 프리지아가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다. 농진청 화훼과에서는 1999년부터 프리지아 신품종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저온(10℃)에서도 잘 자라고 국내환경에 잘 적응하는 다양한 품종을 육성, 보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한 프리지아 품종은 32개이며, 22품종은 보호 출원 등록했고 14품종이 민간 종묘업자에게 매각돼 일반농가에 판매 중이다. 또한 지난해 가을 이미 448만구를 50여 농가에 보급해 국산 품종 보급률 32.7%를 달성했으며, 2013년까지 점유율 40%를 목표로 새로운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2011년에는 지진피해 등으로 일본 수출이 전년의 약 50%에 그쳤지만, 2006년 농가에 보급되면서 수출을 시작한 이래로 프리지아는 2007년 3만8000 본을 시작으로 2010년 147만8000본이 수출돼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수출 주력 품종인 황색겹꽃 ‘샤이니골드’는 지난해 국내 점유율 2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아 품종보호 출원 중이다.

우리나라 국산품종에 있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꽃으로는 백색 국화꽃인 ‘백마’ 품종을 꼽을 수 있다. 국화는 개발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 규모나 육종, 보급, 재배 등 모든 부분에서 독보적이던 이웃 나라 일본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국(大菊)은 상가(喪家)용으로만 소비되는 특성 때문에 기존 품종보다 품질이 우수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나 1997년 종자산업법 시행과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 가입으로 2002년 7월부터 국화가 품종보호작물로 지정되면서 품종 개발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 국산 품종을 개발하지 않으면 외국 품종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 지급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2007년 신학기 연구관을 단장으로 국화사업단을 발족해 '백마'의 단점을 보완하는 본격적인 백마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07년 9월에는 국화의 본고장 일본에 백마 5만송이(1만2625달러-약 1450만원)를 시험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출 물량도 2008년 100만송이, 2009년 328만송이, 2010년 500만송이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0년에는 '제6회 대한민국 우수 품종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품종의 우수성도 다시 한번 공인받았다. 그러나 백마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단점 때문에 일본 시장 점유율이 6% 정도에 머물고 있다. 농진청 국화사업단은 백마품종 안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잘 자라고 번식 잘되는 품종 개량에 역점을 둬 일본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양재화훼공판장 오수태 경매사는 “백마의 경우 외국품종과 비교할 때 그 품질이 뒤처지지 않아 지난해도 거래 평균가격이 60원 정도 오르는 등 반응이 좋다” 며 “이곳에서 거래되는 1300~1500여개 품종 중 국산품종 비율은 아직까지 약 5% 이내를 웃돌지만 프리지아 중 샤이니골드는 약 40%, 백마 등은 약 20~30% 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고 말해 국산 품종의 전망이 높음을 시사했다.

미니 인터뷰 |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신학기 연구관
“세계시장 놀래킬 국산품종 만들것”

현재 우리나라 화훼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10년 현재 화훼 생산액은 8510억원, 재배면적은 6,829ha 이다. 수출액은 2011년에 9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 일본 수출량이 많아 일본 지진 여파로 2010년 1억달러에서 다소 감소한 수치다.

한 해 외국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약 얼마정도로 추산되는가?
로열티는 육종회사와 개인농가간의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매년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 작목별 재배면적 등을 기준으로 2010년에 85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로열티를 우리 농가들이 다 지불하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2008년 96억원, 2009년 88억원에서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산품종별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이며 국산품종 보급률은 현재 어느 수준인가?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농업의 목표는 쌀·보리 등 주곡(主穀) 자급이라 화훼는 '사치'로 여겨졌다. 때문에 90년대 들어 화훼가 수출산업으로 인식되면서부터 국내 연구가 시작됐다. 국산품종의 보급률은 아직 낮지만 장미는 2005년 1%이던 것이 지금은 22%까지 국산품종 점유율이 상승했고 국화도 2006년 1% 수준에서 지금 20%까지 상승했다. 프리지아는 32%, 글라디올러스는 16%, 거베라는 12% 수준이다. ‘난’처럼 번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목들은 아직 출발선에 서 있다. 난이나 나리(백합), 포인세티아, 칼라 등 다양한 화훼작물들이 개발되고 있어 조만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 기대한다.

국산품종 개발 중 가장 성공적인 품종은 무엇이라 보는가?
가장 성공적인 품종이라면 백색 대국인 '백마' 품종을 꼽을 수 있다. 9월 하순에 개화하는 백마는 순백색에 깨끗한 녹심이 들어있고, 볼륨감이 우수하며, 특히 일본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우수 품종이다. 2010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경연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백마의 선전으로 한국 품종 전체의 이미지가 크게 상승했다. 아마 올 6~7월부터 백마 수출 뉴스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될 것이다. 백마는 연간 300만본 이상은 언제나 수출할 수 있는 효자품종이다. 그 외에도 프리지아 품종 중 가장 인기 있는 노란색의 샤이니골드가 국내외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3월6일부터는 서천, 공주, 부여 등에서 일본으로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산품종 개발이 최근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지만 걸림돌이 있다면?
이제 본격적 개발, 보급을 시작한지 5년여가 흘렀다. '난' 같이 번식이 오래 걸리는 작목들은 시간싸움이겠지만 국산품종은 이제 시작이니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꾸준히 지켜봐 주길 바란다. 특히 새로 개발된 꽃들은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시간이 필요한데 소비자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시장반응이 없으면 바로 외면해버리는 소매형태가 안타깝다. 기존의 단점들을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국산꽃 품종들을 개발하고 있으니 지켜봐주길 바란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