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병) 우려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통제불능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국의 정책 공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전염병에 맞서 세액 공제, 유동성 공급,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 여력을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미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 경영자들을 초청해 오는 11일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금융회사'(G-SIFI)로 불리는 곳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초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G-SIFI에는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대형 금융 업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자리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세액공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근로소득세 인하 가능성이 있고,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업에 대한 원조는 정부의 행정적 조치로 가능한 부분이 많아 손실을 입은 기업과 개별 근로자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공급에도 나선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단기 유동성 공급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 한도를 현재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서 150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주간 기간물 레포 한도도 최소 2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78억달러의 긴급지출 법안에 서명했다. 비용은 모두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환하며 의료용품을 비축하는 데 31억달러, 저소득층의 쉬운 검사 또는 치료를 위해 연방정부가 3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10일 긴급화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알렸다. EU 행정부 수반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모든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 이어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현 1.00~1.25% 수준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연준이 바로 제로금리로 간 다음 양적완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보스턴연방은행의 에릭 로젠그린 총재가 "연준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를 -0.50%에서 -0.60%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례 회의 전 임시 회의를 열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아시아권에 국한됐을때만 해도 월가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글로벌 경기가 V자 반등하는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전세계 대유행병으로 사태가 악화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공포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코로나19에 대해 각국의 대규모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공급망 장애와 수요감소의 영향을 받는 기업과 가계에 현금제공과 세액공제 등의 대응이 가능하다"며 "세금 신고기한 연장과 임금수당 확충 등을 결정한 이탈리아 사례를 참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유동성 공급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각국은 질병 확산 억지와 실업급여 확대, 취약층 보호, 기업의 유동성 공급 등의 맞춤형 정책을 구사하는 동시에 국가 간 공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 공조 속에서 전날 폭락했던 뉴욕증시 선물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10일 오전 11시47분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지수는 전날 대비 2.02% 상승했다. 나스닥 선물지수도 2.15% 올랐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오는 12~19일까지 예정된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이미 완화적인 일본은행도 4분기 GDP부진과 엔화 초강세를 고려한다면, 양적·질적 완화의 한시적 확대 등 추가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