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건설업체의 특장차로 운용되고 있는 SM510의 전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지난 8일 르노삼성자동차의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단 대형 트럭 2대를 길에서 발견했다. 차량들이 잠시 쉬어가는 구역에 세워져 있는 걸 보니 ‘현역’ 차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상용차로 분류되는 수입 모델 ‘르노 마스터’ 빼곤 트럭 같은 상용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발견한 대형 트럭은 20년 전인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신인 삼성자동차의 형제 기업 삼성상용차가 파산함에 따라 단종된 차량이다. 앞서 1994년 삼성중공업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상용차 사업에 나선 뒤 대형 트럭 SM510, SM520 등 두 모델을 출시했다. 이후 1996년 삼성중공업 자동차사업부에서 분리 설립된 삼성상용차가 트럭을 지속 판매했다. 1998년 당시 삼성그룹은 브랜드의 심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선보인 ‘태풍의 눈’ 엠블럼을 두 트럭 제품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최근 만난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단 채 나타난 트럭은 SM510이다. 2000년식 모델이라고 해도 올해 최소 20년 이상 운행돼온 셈이다. 차 면면을 살펴보니 모 건설업체에서 작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SM510의 차명 레터링이 차량 전면부에 부착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SM510이 단종된 후에도 이토록 오랫동안 운행돼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SM510이 판매되던 시절 보도된 관련 기사나 최근 현역 SM 트럭을 다룬 온라인 게시물을 살펴본 결과 SM 트럭 2종은 양산되던 시기에도 내구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1994년 일본 상용차 업체 닛산 디젤(현 UD트럭)과 기술 계약을 맺고 11.5톤 트럭 SM510을 개발해 국내 출시했다. SM510은 닛산 디젤의 덤프 트럭 빅썸(BIG THUMB)을 원형으로 만들어진 차다. 배기량 1만7000㏄의 8기통 RF8 엔진과 장착해 340마력 등 수준의 구동 성능을 발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SM510 강점 가운데 하나로 엔진 내구성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SM510에 장착된 RF8 엔진은 심각한 고장수리(보링) 소요를 일으키지 않는 ‘무보링’ 엔진으로 입소문 났던 닛산 디젤 RD8 엔진의 개량 제품이다. 삼성상용차는 SM510을 홍보할 때 ‘200만㎞ 무보링 엔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SM510의 도어에 부착된 삼성 로고.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 ‘SM510을 목격했다’는 제목으로 간혹 올라오는 게시물에는 SM510의 내구성을 치켜세우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한 누리꾼은 “SM510을 몰았던 내 아버지는 차량의 부품 공임비가 비싼 게 흠이었지만 품질은 타사 추종을 불허했다고 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단 대형 트럭 신차는 앞으로도 보기 힘들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이후 한번도 트럭류의 상용차를 출시하지 않았고 현재 국내에선 승용차와 마스터를 위시한 경상용차(LCV) 등 차종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 르노 상용밴 마스터. 출처=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의 모그룹인 르노 그룹도 상용차 브랜드 르노 트럭을 2001년 볼보그룹에 매각한 뒤 현재 캉구, 마스터, 트래픽 등 상용 밴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상용차로 분류되는 픽업트럭 ‘알래스칸’을 중남미 지역에서 적극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에 출시할 계획은 현재 없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상용 트럭을 향후 출시할 계획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마스터로 우리나라 상용밴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