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7.7% S&P -7.60% 나스닥 -7.29% 대폭락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세
미국채 모두 0%대 진입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진자수 증가세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필두로 한 유가 전쟁의 여파로 제2의 리먼 사태가 지현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떨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장세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013.76포인트(7.79%)나 폭락한 23,851.02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2158포인트(8.3%)까지 미끄러지기도 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5.81포인트(7.60%) 미끄러진 2,746.5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에 장을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이날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 약 19%나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고가보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된다.
뉴욕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폭락하기 시작해 약 4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7% 넘게 급락하면서 거래를 일시중지 시키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1997년이후 처음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과도하게 오르내릴 때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제도로 특정 종목 주가가 아닌 주가지수 급락으로 뉴욕 증시에서 증권 거래가 공식 중단된 건 드문 일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7%, 13%, 20% 각각 지수 하락률에 따라 3단계로 적용되는데 이번엔 1단계가 시행됐다. 이날 S&P 500 지수는 거래재개 이후 또다시 7% 이상의 급락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단계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인 13% 급락까지는 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번지며 석유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내리막을 타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국제유가는 장중 한때 30% 넘게 급락했다.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6.18%(11.85달러) 급락한 33.4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유가 급락과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시장의 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투매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피난처로 삼았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인 0.318%까지 떨어졌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5%대를 기록했었다. 국채 수익률과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미 국채 수익률도 0.866%를 기록, 1% 밑으로 내려왔다.
국제 금값은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2%(3.30달러) 오른 1,675.7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 앞서 9일 하루 한국 코스피(-4.19%), 일본 닛케이(-5.07%), 중국 상하이(-3.01%) 등 아시아 증시가 월요일 증시 폭락을 선도했다.
코스피가 4% 넘게 떨어진 것은 2018년 10월 11일(―4.44%)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이 1조3122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2만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월7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어 유럽 증시는 낙폭이 커졌다. 영국 FTSE 100은 전 거래일 대비 7.69% 하락한 5,965.77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CAC 40 지수도 8.39% 급락한 4,707.91로 마감했다. FTSE 100의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12년 만에 최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단 한 종목만 빼고 모두 하락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가 2323.98포인트(11.17%)나 급락한 1만8475.91을 기록하며 유럽증시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빠르게 늘자 일부 지역에 봉쇄령을 내리는 등 전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프랑스 CAC 40도 8.39% 급락한 4707.91로 마감했다. 지수에 포함된 40개 종목 전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독일 DAX 30 지수 역시 7.94% 내린 10,625.02로 장을 끝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 50도 8.45% 폭락한 2,959.07로 마무리됐다.
금융권에서는 가뜩이나 약해진 증시가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이은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 양상을 보여줬다”며 “유가를 둘러싼 치킨게임은 글로벌 신용 위험을 높이고 금융시장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경제 둔화는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고, 각국이 내놓는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