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Half, 2019

“너흰 둘 다 음흉할 만큼 치밀하구나. 인간이여, 그대의 심연 바닥을 헤아린 자 아직 없고 오 바다여, 네 보물 역시 아무도 모르게 감췄으니 그토록 너희 둘 집요하게 비밀을 감싸는가!”<시집 ‘악의 꽃’ 中 ‘인간과 바다’, 샤를 보들레르 지음, 앙리 마티스 에디션, 김인환 옮김, 문예출판사刊>

가없는 흐름을 은유한 바다다. 끝없이 펼쳐진 광대무변, 고요함 속 움직임에서 아스라이 피어나는 상상의 세계와 조우한다. 홀연히 절대성의 시간과 정적의 선상에서 어떻게 ‘나’와 마주할 것인가를 떠올린다.

화면은 물이 끌어안은 직관의 뉘앙스를 선사하고 물과 허공의 양립 그 내부의 팽팽하고도 거대한 추진의 기력(氣力)이 온전한 동일성으로 드러난다. 물, 바람, 소리와 울림은 스스로를 조율하고 순환의 연속성(continuity)에 피어오르는 빛깔들은 천변만화로 증식된다.

바다와 허공의 초연한 영상은 긴장감이 유지되는 단색조(monotone)로 대자연의 운율을 기록한다. 이현권 작가는 “세잔(Paul Cezanne)의 그림과 삶이 내 작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안정감을 시간 속에 동시에 표현하려고 했던 세잔의 것에 닿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 A Half, 2019

그는 또 “회화나 사진은 모두 환영(illusion)이다. 사진은 단지 그것이 사실(reality)이라는 환상을 주기 때문에 인간과 나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느낌 자체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원초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감정의 혼돈을 이 작업에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공간의 구별을 짓는 하나의 선-경계는 감각의 한계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내·외부 나아가 인간내면이 의식될 수 있는 지평의 위·아래를 포용한다. 오감이 감당할 수 없는 무의식의 긴장과 공포는 그 안팎에서 에너지로 느껴진다.

웅대한 비상을 도모하듯 야성(野性)의 웅크림을 증명하듯 인간과 우주가 몸으로 만나는 감동과 전율이 번진다. 그러한 경계선에 부유스름한 여명이 밝아오면 아아 물결에 유영하듯 허공에 두둥실 떠가는 묵언(默言)의 꽃잎, 초원을 무리지어 달리는 양떼 같은 구름이 한 울타리 안에 있었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이현권 작가는 “매 시간 같은 ‘나’가 없듯 내가 바라보는 공간 역시 같지 않다. 산에 올라가 바다를 만날 때 불현듯 문명이전의 원시인이 자연을 느꼈다면 바로 이 기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매번 밀려든다.”라고 말했다.<사진:권동철>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專門醫)이기도 한 사진작가 이현권(사진가 이현권,LEE HYUN KWON,Photographer LEE HYUN KWON,이현권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A Half(이분의 일)’은 3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 지하1~지상1층에 걸쳐 한국의 바다를 담은 25여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현권-이분의 일(A Half in HyunKwon Lee’s Works)’사진집 출판기념도 함께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