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치열한 서울 정비사업 입찰수주 전(戰)에 새로운 변수 하나가 등장했다. 바로 준법수주 여부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등이 한남3구역 입찰을 실제로 무력화시키면서 일부 조합들 역시 자발적으로 과열 수주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일부 조합은 조합원이 신고센터를 요청하거나 위법소지가 있는 시공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입찰 경쟁에 나선 일부 시공사도 준법수주 등을 새로운 경쟁점으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현지 실무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위법 시공사 제안, 고발·거부 사례 증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당시 입찰에 참여한 3개 시공사가 제시한 입찰제안서 중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등 현행법령 위반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적발된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의뢰, 시정조치에 들어갔고,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실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 한남3구역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현장점검이 벌어지던 지난해 11월에는 GS건설사의 외부 OS 직원(외주 홍보 대행사 직원)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련 조합원이 해당 직원을 직접 검찰에 고소하는 일도 발생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조합원이 GS건설사의 외주 용역 홍보 직원들이 도시정비법 위반과 국토부 시공사 선정기준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용산구청에 신고 전화해 관련 자료를 확인한 바는 있다. 이후 해당 조합원이 검찰에 고소해 서부지검에 사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일이 잇달아 발생하자 한남3구역 조합은 자체 신고센터 이외에도 지난 달 중순부터 서울시와 함께 운영하는 현장신고센터 활동도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한남3구역 관련 정비사업 관계자는 “관련 규정상 입찰공고가 있으면 조합과 구청은 신고센터를 운영하게 되어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 외에도 서울시에서 추가적으로 운영하는 현장신고 센터도 도입했다. 현장 구역 바로 경계부에 센터를 설치하고 서울시 직원하고 구청 직원 등이 직접 나가서 현장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한남3구역의 한 조합원은 합동단속 등으로 재입찰에 들어간 이후 조합이 표면적으로라도 과잉 수주나 위법 수주 등의 여지를 없애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합원은 “현장점검에 이어 같은 달 GS건설의 OS직원 사건으로 사업 자체에 대해 걱정하는 조합원이 일부 있었다”면서 “실효성있는 현장 신고센터 운영 등이나 개별 홍보하는 직원 들에 대한 접촉을 더욱 자제하자는 의견도 연초부터 많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고발이 아니더라도 위법 소지가 있는 시공사의 제안을 조합에서 먼저 거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정비사업장의 경우, 일부 시공사가 수의 계약 등을 목적으로 현장설명회에서 거액의 보증금을 걸도록 하자는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해당 조합의 조합장은 “법률상 불법 소지가 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고 답했다.

최근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서울 은평구의 갈현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 역시 사전에 각종 제안서 등에서 법률적으로 문제소지가 있는 조건은 거의 제외하고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조합, 서울시에 직접 단속 지원 요청

▲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반포3주구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반포3주구 재건축 정비사업장도 OS 직원과 조합원의 접촉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반포3주구 조합은 지난 달 중순부터 시공사 선정시 부정행위 등을 단속하기 위한 신고센터와 단속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OS 직원의 접촉은 물론 시공사 직원들의 홍보 활동 등도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반포3주구는 이 외에도 서울시가 정비사업장의 불공정과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만든 ‘선제적 공공지원’에도 참여 중이다.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선제적 공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과열 우려가 있는 경우 서울시가 직접 모니터링 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 달 21일에는 반포3주구와 신반포21차 사업장을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향후 해당 사업장에 입찰 단계에 따라 법률전문가와 건축 관련 기술가 등을 지원,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조합사무실 관계자는 “지난 달 21일 클린사업장 1호로 선정됐다. 조합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계획에 참여하기 위해 클린사업장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내용 준수에 대해 시공사와도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관련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직접 모두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도 변화 감지...관계자들 “단기적 효과. 장기적 대안 필요”

각 건설사들의 수주 공약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20일 한남3구역 수주와 관련해 깨끗한 수주과정을 통한 입찰 제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림산업은 이를 위해 자체 검열 프로세스 강화와 경쟁사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공략을 들고 나왔다.

▲ 신반포15차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삼성물산 역시 대표적으로 준법수주를 정비사업의 콘셉트로 밀고 있는 건설사 중 하나다. 5년만에 정비사업 수주전에 복귀한 삼성물산은 올해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의 입찰수주에 참여하면서 입찰 참여 명분 중 하나로 해당 사업장들이 준법수주가 가능한 사업장이라는 점을 꼽기도 했다.

서초구 일대의 한 조합 관계자는 “관련 기관이나 행정청에서 지속적으로 과열 수주에 대한 억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입찰 경쟁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역을 체결하다가 자칫하면 이목을 끌어 사업이 연기되거나 입찰이 무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장이 많다. 따라서 불공정 수주나 사회적 이슈 없이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정비사업 진행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주 과열을 막기 위해 더욱 실효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있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결국 큰 법적제재를 받거나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실질적인 입찰 공약 남발 등도 실질적인 규제는 없고 유명무실한 법령만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자금적인 여유가 있는 대형 건설사 등이 공약 남발을 하는데 그런 점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이 미비해 수주전이 너무 과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