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2016년 9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출시 이후 3년 6개월 만에 국산차 XM3를 내놨다. 탄생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만큼 탄탄한 상품성이 응축돼 있다. 르노삼성차의 ‘야심작’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차다.
XM3는 전장 4570㎜, 전폭 1820㎜, 전고 1570㎜, 축거 2720㎜ 등 수준의 제원을 갖췄다. 쿠페형 SUV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전고는 다소 낮지만 비교적 긴 축거와 전장을 가졌다.
XM3의 문은 기존 르노삼성차 모델인 SM6나 QM6처럼 열고 닫기에 다소 무겁다. 다만 시트의 엉덩이 닿는 부분과 지상 사이의 높이가 차량에 오르고 내리기 편하게 맞춰져 있다.
또 탑승자 머리 끝과 루프 사이 공간(헤드룸)이 충분히 확보되고, 땅과 차량 아래 바닥 사이의 간격(저지상고)도 충격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띄어져 있다. 쿠페형 SUV의 실용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XM3의 축거가 국내 준중형 SUV의 대표 격 모델인 현대자동차 투싼(2670㎜)보다 길지만, 2열에 다리가 놓이는 공간(레그룸)의 규모는 체감상 그리 넓지 않다. 제원 수치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긴 전장을 갖춘 만큼 넉넉한 트렁크 용량(513ℓ)을 갖춘 점은 매력적인 요소다. 혼자 또는 둘이서 차를 이용하거나, 아직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소비자들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핸들(스티어링 휠)은 다른 국산차에 비해 다소 두툼한 편이지만 조작하기엔 어렵지 않다. 기어 스틱과 센터 콘솔 사이 거리가 적당해 왼손만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기 편하다. 다만 속력이 높아질수록 한 손 운전하기엔 스티어링 휠이 많이 무거워진다.
계기판(클러스터)의 3D 그래픽이 기존 모델 대비 많이 개선됐다.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클러스터 화면 요소와 핸들에 부착된 기능 버튼은 시간을 조금만 들이면 조작하는데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터치하거나 밀어내는 동작을 할 때 버벅 거리지 않고 잘 반응한다. 90도 수직으로 세워져 부착돼 있지 않고 차량 천장을 향해 튀어 나와 있는 형태의 기능 버튼은 조작하기 편하다.
배기량 1.3ℓ의 터보 엔진과 7단 더블 클러치 자동변속기(DCT), 공기저항 계수 0.72, 공차중량 1330~1345㎏ 등 요소들의 조합은 XM3의 양호한 주행성능을 구현한다. XM3의 수치 상 구동력은 최대출력 152hp, 최대토크 26.0㎏·m 등 수준을 갖췄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가솔린 1.35 터보 모델(156hp·24.1㎏·m)과 비슷하다.
XM3는 도심에서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할 때 시원하게 치고 나간다. 속력을 끌어올릴 때도 엔진 소음이 커지거나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내달린다. 깊이 굽은 곡선 구간을 약간 속도를 붙여 달릴 때도 운전석에선 몸이 덜 쏠릴 정도로 안정적인 균형감을 발휘한다. 과속방지턱 같은 장애물을 지날 때 차가 SUV처럼 출렁이거나 세단처럼 경직되지 않고 중간 정도의 매끄러운 충격 흡수력을 자랑한다. 충격을 흡수하는 성능은 XM3의 고급스러움에 기여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다만 더욱 매끄러운 운전을 위해선 가속 페달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페달을 가볍게 밟았을 때 서서히 가속하다가 특정 깊이에 도달한 이후로는 가속력이 강하게 발휘된다. 이 때 페달을 세심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갑자기 차가 튕겨나가듯 가속한다. 반대로 브레이크페달은 갑자기 세게 밟아도 제동력이 급격히 발휘되지 않아 몸이 앞으로 확 쏠리는 것을 막아준다. 다만 급하게 차량을 멈춰 세워야 할 땐 약간 불안할 수 있다.
주행 중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주차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오토홀드 기능’이 거칠게 해제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토홀드 기능이 활성화한 상태에서 다시 출발하려고 하면 페달을 약간 깊게 밟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차가 급발진해 주행감을 해칠 수 있다.
XM3는 방음 성능 측면에서도 엔진 구동음이나 노면 소음 등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잘 막아내지만 풍절음엔 다소 취약하다. 운전석에 앉은 채 시속 85㎞부터 풍절음이 차량 실내 뒤쪽에서 다소 신경 쓰일 정도로 크게 들린다.
XM3의 이름값을 높이는 주요 강점 가운데 하나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견줄 만한 연비다. 지난 6일 오후 XM3의 가솔린 터보 모델 TCe260을 타고 서울 잠원동 잠원한강공원에서 경기 양평군까지 60㎞ 정도되는 구간을 시승했다. 해당 구간을 왕복하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연비를 측정했다. 서울 시내를 지날 땐 자주 멈춰서고 가끔 급제동했지만 올림픽대로와 미사대로, 양평군에선 막힘없이 최대한 관성운전하고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며 달렸다. 이 때 측정된 연비는 각각 18.5㎞/ℓ, 20.5㎞/ℓ다. 공인 복합연비 13.7㎞/ℓ와 큰 격차를 보인다.
XM3의 반자율주행 기술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유용하다. 다만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선명하지 않은 차선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또 차량 스스로 차선 중앙을 달리지 않고, 바퀴가 차선에 가까워지면 밀어내듯 스티어링 휠을 자동 조작하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차선유지를 ‘보조’해주는 역할에 그친다.
XM3는 차량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국산차 첫 쿠페형 SUV로서 성공적인 시작을 상징할 만한 상품성을 가졌다. 색다른 외관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는 르노삼성차 내부적으로도 혁신적인 모델일 뿐 아니라 동급 국산차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XM3가 르노삼성차의 경영 실적을 반등시키는데서 더 나아가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카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XM3의 가격은 TCe 260 2083만~2532만원, 1.6 가솔린(GTe) 1719만~214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쌍용자동차 소형 SUV 티볼리(1637만~2654만원),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1867만~2575만원), 트레일블레이저(1910만~2711만원) 등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XM3은 상품성을 고려할 때 같은 가격대 모델들에 위협적인 뉴 페이스(new fac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