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과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사이 30% 폭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14개 회원국은 OPEC회원국과 비회원국이 각각 하룻동안 100만배럴, 50만배럴 감산하길 원했지만 러시아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 개장과 동시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1.02달러(31.5%) 떨어졌다. 이렇게 가격이 급락한 상황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처음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국제 유가는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원유 시장도 수요 하락으로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4.25달러로 하루 사이 31.5%떨어졌다. 이는 걸프전이 첫 발발한 1991년 1월 17일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한 수치다. 같은 시기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7.4% 하락한 배럴당 30달러로 마감했다.

여기에 원유 최대 생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금요일(6일 현지시각) OPEC가 제안한 생산감축을 거부한 러시아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8일 사우디는 러시아에 감산 대열 합류를 압박하기 위해 4월 생산량을 늘려 원유 수출 가격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OPEC과 러시아간의 공급계약이 3월 만료되는 만큼 사우디는 4월에 하루에 1천만 배럴 이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주요 원유 생산국들은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경제 불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감산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합의 불발로 또다시 유가 전쟁에 돌입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제 정치적 위협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전술적으로 유가전쟁에 돌입했다”면서 “국제 유가는 몇주 혹은 몇 달동안 낮은 수치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는 오는 4월부터 모든 원유 등급에 대해 공식 판매가격을 배럴당 6~8달러 가량 줄이기로 했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국인 중국을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석유수입 업체에 선적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와 한국 등 주요 경제국과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석유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중국의 수요 증가율은 0으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는 원유가 하루에 15만 배럴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코로나 확산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에 엔저 효과를 보던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섰고, 금 거래량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