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쉽게 넘어가는 함정효과가  있어 면접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엄마하고 여친하고 동시에 위독하다고 연락을 받았다. 어디로 갈래?”하는 질문이다. 여자 지원자의 경우는 아빠, 남친으로 대입하여 물어본다.

“엄마한테 갑니다”라고 답하면, “여친은 어떻게 하고?, 결혼도 해야될 것 아닌가요?”로 되묻는다. 더 이상 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 친구는 다시 구하면 됩니다”라고 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연실색이다. 뽑을까? 말까?

“여친한테 갑니다”라고 답하면…. 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당황하게 만든다.

둘 다 인생에서 최고로 중요한 요소로 반드시 같이 챙겨야한다는 전제로 물어보지만 의외로 대개의 지원자들이 덥석 하나를 택한다. 물론 질문이 선택을 강요하는 모양새지만.

그런데, 이런 경우는 실생활에서 자주 일어난다. 책만을 통해 공부한 사람은 오로지 정답이 있다는 관점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반면,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해 본 사람은 세상의 다양함을 깨닫는 편이라 다른 방식의 답을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그 다양함은 판단, 선택, 결정, 문화, 생각, 활동 등 세상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생각하고 답한다.

“일단 상황파악을 먼저 해야 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엄마 옆에 아빠가 계신데 여친 옆에 아무도 없다면 우선 여친에게 가면서 아빠와 통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병원의 위치, 접근 가능성, 소요시간 등도 파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는 답이 가능하다. 양자택일의 답이 아닌 제3의 답을 찾아낸 것이다.

“일단, 상황파악….”이라는 전제를 하면서 풀어나가면 순식간에 면접장의 주도권을 내(면접자)가 쥐게 된다. 내 마음대로 “예를 들면….”, “예를 들면…”하면서 답을 바꿀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프로세스

답을 찾는 궁극적인 틀(FRAME)이자 공식은 ‘현-인-대-세’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이다. ‘현상파악->원인분석->대책모색->세부계획’의 문제해결과정이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든, 문제의식을 가지든 반드시 점검해야 할 포인트를 잊어버린 채 주어지는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면접관은 이 짧은 답을 통해 제대로 지원자의 문제해결 경험과 생각, 접근방법을 보는 것이다.

이 문제해결능력은 기업인, 직장인의 핵심 역량이다. 문제의 당사자는 모두 옳고 소중하다라는 인식을 전제로 해법을 모색하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는 태도가 ‘진정한 프로 비즈니스맨’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냥 두 가지 중에 하나만 기계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따져 본다. 학교교육의 한계 혹은 경험의 부족으로만 해석을 해왔는 데 요즘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현상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느끼는 새로운 의문

어른들은 어떨까? 50대, 60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를 휩쓸고 가는 편가르기를 보면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모두가 진영(陣營)논리만 남은 형국이다. 내편, 너편만 가른다. 상대가 하는 것은 모두가 틀렸고 나와 우리편이 하는 것은 모두 옳다는 교만함에서 출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일반인들이 이런 판에 놀아나는 것은 고사하고 지도자층이나 리더급이 모인 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필자는 비교적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고 SNS 활동을 하기에 느끼는 심각함이 더하다.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에 육박한다. 카카오톡 친구는 8,000여명을 넘나든다. 단체 카톡방만도 수십개다. 모두 진영논리와 전투적 자세로 총과 칼을 겨누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건이 생기고 일이 생기면 정확한 상황판단에서 출발하여 원인, 대책으로 이어져야 하는 데 전후좌우를 따지지도 않는다. 정말 큰일이다. 요즘의 청년들이 보고 배우고 있다.

그런 고민중에 우연히 재미있는 책을 하나 찾았다.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라는 책

지난 주에 구입한 신간 책 제목이다. 프랑스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이 총28명의 세계적 심리학자,신경학자,철학자,경제학자 등의 말과 글을 엮은 책이다. (시공사 출판).

그 중 이분법적 사고로 인한 멍청이를 설명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편의상 어느 일간지의 서평을 인용한다. ‘멍청함은 자기가 속한 사회까지 병들게 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사 틀에 박힌 사고를 하고 흑백논리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모순되는 두 개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신중함의 미덕을 몰라 "다 썩어빠졌군" "전부 장사꾼일 뿐이야"라는 식으로 세상사를 거침없이 재단한다. "아는 것이 적을수록 확신이 커지는 탓"이다. 음모론에도 쉽게 빠져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식으로 타인을 매도하고 억울한 희생자를 만든다. 연기가 나는 진짜 이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단순히 우리 대한민국,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유사한 황당 질문 모둠

(1) “금요일 퇴근시간이다. 그동안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준비해 공항으로 가려는 데, 부장님이 불러서 일을 준다. 일할래? 놀러갈래”

(2) “내가 있는 빌딩에 불이 났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3) “남자 친구가 지난번에 같이 만났던 여자친구하고 눈이 맞아 사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할래?”

(4) “퇴근 길에 아들이 친구들과 본드 흡입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어떻게 할래?”

(5) “부인이 다른 남자의 애를 임신했다고 고백을 한다. 어떻게 할래?”

억지로 답을 하려고 하나를 선택하면 함정에 빠진다. 모든 질문이 나타난 현상과 연계된 수많은 상황요소들이 있다. 순서와 경중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야 될 질문들이다.

과격한 답을 잠시 멈추고, “일단, 주변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상황파악부터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으로 시작하자. 의외로 여유도 생겨난다.

 

중소기업 재직 때의 경험

15년전의 일이 기억에 떠오른다. 필자가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지방의 어느 중간도매 거래처가 부도를 냈다. 해당 권역에 독점적으로 상품을 주어 매월 2천-3천만원씩 거래를 10여년간 해왔지만 누적된 외상 잔고만도 2-3억원이 되는 업체였다. 그날 아침에 사무실이 난리가 났다. 사장께서 화를 참지 못하고 모든 영업사원을 불러 격노한 모습으로 다그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부도 가능성은 짐작이 어느 정도 되었지만 늘 그런 수준으로 유지가 되어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중이었지만 ‘터질 것이 터진’ 상황이었다.

필자는 그 회사의 두번째 서열의 위치에 있었다. 빠른 시간에 사장님을 별도로 찾아 “사장님! 지금 상황파악과 소매 거래처를 보존하고 조금이라도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빨리 직원 3-4명을 거래처로 보내서 부도난 도매와 소매거래처의 미수금을 파악해서 본사와의 계속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단은 나중에 치시지요”라며 정리를 했다.

약 1주일간의 시간을 지나며 해당지역의 소매거래처는 모두 본사와 직접거래로 바꿔서 정상화되고 부도를 낸 중간도매상의 부채만 따로 두고 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정상적으로 이어져가게 했다. 실제 2-3억원의 잔고는 남은 상품과 소매거래처 잔고를 확보함으로써 1억원으로 부도금액을 줄였다. 다행히 외상채권은 몇 년 째 평균수준의 금액이라 회사의 현금흐름에는 문제없었고, 몇가지 세무상의 문제만 순차적으로 정리를 해 나갔다.

순서에 따른 문제해결이었다. 현상만 보고 막 덤벼드는 것은 어른이나 애들이나 넓게 나타나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