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않게 번지는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이동진료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도록 만들어 코로나19 전파를 신속하게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는 이미 외국으로 수출되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네바다주 와쇼카운티에서 최근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와 비슷한 형태의 검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CNN 및 외신은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를 코로나19 극복 모범사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은 지난 8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유선회의를 통해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고, 독일 헤센주 마부르크 지역에서는 4명의 의사가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를 설치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이다.

▲ 드라이브 스루 이동진료소. 사진=박재성 기자

드라이브 스루의 역사
코로나19 사태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 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변신하고 있을까?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는 드라이브 스루를 한국어 표기에 따라 승차구매로 명명했으나, 일반적으로 드라이브 스루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는 당연한 말이지만 자동차의 확산과 함께 시작됐다. 1930년 미국에서 마이카 열풍과 함께 드라이브 스루가 처음 시작됐다는 말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1920년대를 지목하기도 한다.

정확한 의미의 최초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미국 세인트루인스의 그랜드 내셔널 은행이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랜드 내셔널 은행은 1930년 입금만 가능한 드라이브 스루 은행을 운영했고, 당시 부유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혹시나 모를 범죄예방을 위해 창살이 만들어진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운영됐으며 마이카 열풍이 불던 당시 차량을 소유한 부유층들의 이색적인 취미활동에 가까웠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1947년 미국 스프링필드에서 오픈한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1930년 은행을 중심으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문을 연 후 조금씩 이 방식이 인기를 끌던 가운데, 미국의 루트 66도로에 문을 연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가 현대적 의미의 드라이브 스루를 고안한 셈이다.

루트 66 도로는 1926년 완공된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고속도로다. 자동차 여행의 성지로 불리며 많은 여행객들이 몰린 가운데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햄버거를 판매하며 높은 수익을 얻었다.

▲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의 드라이브 스루. 출처=위키디피아

이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특유의 빠른 회전율, 간단한 수령 방식에 힘입어 전 세계로 확산된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등 주로 유통매장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차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에 성공한다. 국내에서는 1992년 부산 해운대점 맥도널드가 처음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열었고 스타벅스가 2012년 경주 보문로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열며 대중화가 시작됐다.

한편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발전하며 독특한 유형도 발견된다. 바로 일본의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이다. 실제로 일본 관혼상제 업체 '렉스트 아이'는 나가노현에서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조문객을 받는 시스템을 처음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조문은 해야 하지만 직접 장례식에 찾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조문객들이 대상이며, 조문객들은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태블릿 등을 이용해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조의금을 낸 후 바로 이동한다. 분향은 전열식 향을 이용한다.

▲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출처=스타벅스

진화하는 드라이브 스루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대중화되며 이와 관련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결제적 측면에서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차량 내 전자거래용 보안단말기인 카페이를 출시해 눈길을 끈다. 차량을 타고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들어가 결제할 때 자동으로 지불이 완료되는 방식이다. 별도로 신용카드를 제시하거나 차량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며 번거럽게 현금을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비대면 방식의 주문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한편, 키오스크 및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인프라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사물인터넷 및 NFC 방식의 다양한 플랫폼 전략이 발전하고 있으며 일부 기능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간편함과 신속함의 드라이브 스루가 금융권에서 출발해 유통, 이제는 감염병 진단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된 다양한 비대면 ICT 기술 진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