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이번 위기상황을 겪어보니 빨리 빨리 하라는 지시가 많아 정신이 없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뭐든 빨리 해 버리고 싶은데, 이것 저것 걸림돌이 많아 고생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신속한 대응을 매번 강조하던데,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의미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이 신속함이라는 것의 기준이 내부와 외부 간에 서로 다르고, 또 그 신속함의 타이밍이라는 것도 모든 사람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항상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빨리’라는 이야기들만 어지럽게 충돌하곤 합니다. 다른 기업에서도 공히 그런 혼동을 경험합니다.

윗분들은 ‘왜 대응이 빨리 안되지?’ 생각하고, 일선 실무에서는 ‘그건 그렇게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하는 하소연이 생기기도 합니다. 온라인이나 일선에서 외부 이해관계자 반응을 들여다보는 분들은 회사의 대응이 한없이 늦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과 여론에 비해 회사의 대응은 거북이 걸음처럼 느리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실행을 맡은 팀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 메어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들은 그래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자꾸 채근만 하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현장을 모른 채 빨리 빨리만 남발하기 때문이죠.

평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실행 신속성의 확보입니다. 평소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검증해 보다 보면 핵심 대응의 형태들이 정리됩니다. 그 후 각각 대응 형태를 깊이 고민해 보면, 실제 대응하는 경우에 소모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발견이 핵심입니다.

그 예측되는 ‘대응 준비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켰는가 이것이 잘된 위기관리 시스템의 기준 중 하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마스크를 배분하는가 하는 대응에 있어서도 ‘대응 준비 시간의 단축’ 개념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국민에게 신속하게 마스크를 배분해 패닉을 방지하라’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시가 실제 현장에서 신속 실행되려면 사전에 이미 ‘대응 준비’ 작업이 존재했어야 합니다. 부족한 마스크 자산을 국민에게 문제없이 배분하려면 꼭 필요한 생산, 유통, 배분, 전산, 창구 시스템들이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속한 배분을 지시 받고 실무그룹이 그 때부터 부랴부랴 생산 체계를 점검하거나, 전산 시스템 설계와 발주를 챙겨 시작하게 되면 실제 대응은 이미 타이밍을 한참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많은 기업과 정부 조직에서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는 ‘늑장대응’ 상당부분이 이러한 평시 준비된 ‘대응 시간 단축’ 노력과 관련 자산의 부족에 기인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미리 만들어 놓으면 편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뭐든 빨리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상식에 대한 생각을 우리가 미리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 이걸 미리 좀 만들어 놓을걸…’ 이런 한탄을 매번 한다면 더 문제입니다. 반대로 ‘지난 번에 이걸 만들어 놓아서 참 다행이다’라는 감사를 반복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예습과 복습 그리고 숙제는 그때 그때 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험 때 문제를 빨리 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