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증시 주변을 떠도는 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증시를 억누르는 가운데서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를 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현재 증시주변자금은 지난해말 대비 18조1381억원 증가한 1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자예탁금(31조260억원), 파생상품거래예수금(9조5925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75조1641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102억원), 신용융자 잔고(9조9969억원), 신용대주 잔고(203억원) 등을 합한 것이다.

부동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방향을 잃은 자금들이 증시로도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자금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한국은행과 금투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1045조5000억원에 달했다.

예금금리가 1%에 그치면서 정기예금 증가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월 26일 기준 64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말(646조1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무섭게 주식을 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4840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올들어 주식 매수세로 돌아섰다.

▲ 증시주변자금현황(단위:억원). 출처=금융투자협회

개인투자자들은 2월에만 6조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3월 들어서도 6일까지 2조2796억원어치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이 3월 같은 기간 1조6522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국가별로 확진자가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팬데믹을 기정사실화하고 시장에 대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한 국가 안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질 때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외국계 자금의 귀환은 감염자 증가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감염자 데이터는 외국계 자금의 움직임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주가 반등과는 달리 외국인 자금은 리스크 요인의 진정을 확인한 후 늦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들어올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간 감염자 증가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한국의 가파른 일간 감염자 증가세는 꺾였지만 가파른 외국인의 매도는 다소 진정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