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확대 사진으로 바이러스 입자를 둘러싼 돌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 입자들이 왕관모양의 돌기를 나타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한다. 출처=마크로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일본, 중동 등에서는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국제보건기구(WHO)는 대유행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한국 감소세 ‘뚜렷’…소규모 집단감염 예의주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0시 기준 확진자가 총 713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0시 대비 신규 확진자는 367명 늘어났다. 다만 확진자 수는 11일 만에 300명 대로 감소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대부분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했다. 국내 총 확진자 수는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된지 48일 만에 7000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는 50명이다.

일일 확진자 순증 규모는 지난 3일 600명을 기점으로 400~500명대 흐름을 보이다가 11일 만에 300명대로 감소했다.

0시 기준 집계 하루 증가치를 보면 이날은 7일 확진자 수 483명 대비 100명 이상 감소했다. 확진자 수는 이달 2일 686명, 3일 600명, 4일 516명, 6일 686명 등으로 500~600명대를 기록하다가 300~400명대로 줄었다.

▲ 0시 기준 확진자 증가 수(단위 명). 출처=질병관리본부

신고 지역별 확진자는 대구가 294명, 경북 32명, 서울 12명, 경기 12명, 충남 6명, 충북 5명, 부산 1명, 대전 1명, 울산 1명, 세종 1명, 강원 1명, 경남 1명 순으로 나타났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검사진행 중인 건수는 1만9376건, 확진환자 격리해제는 130명을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참고용으로 16시에 발표하는 같은 날 0시 대비 16시 기준 확진자 수 역시 급감했다. 16시 기준 확진자 수는 3일 374명, 4일 293명, 5일 322명, 6일 309명, 7일 274명을 나타내다가 이날 179명으로 급감했다.

▲ 같은 날 0시 대비 16시 기준 확진자 증가 수(단위 명). 출처=질병관리본부

한국 전체 지역에서는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감염의 약 79.4%가 집단발생과 연관성이 있다.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51명, 경산 제일실버타운에서는 17명 등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요양 병원 등에 대해 시설 단위로 철저한 감염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지원과 점검을 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확진자 50명대 이하로 줄어…끝나가나?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일간 50명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7일 본토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4명이고, 사망자는 27명이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월 말 전국 단위 통계 작성 이후 최소다. 신규 확진자는 6일 99명으로 떨어져 두 자릿수로 처음 내려갔다가 하루 만에 다시 54명 감소했다.

8일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695명이고 사망자는 3097명이다.

미국서 확진자 400명으로 늘어…뉴욕, 비상사태 선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19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미국 본토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330명이다. 나머지 70명은 크루즈선 탑승자 또는 중국 우한 방문 등 외국에서 유입된 사례다.

21명은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으로 캘리포니아 해변에 코호트 격리 중이다. 46명은 일본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났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들이다. 3명은 중국 우한을 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다.

미국 뉴욕주는 확진자가 76명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확진자 13명이 추가돼 뉴욕주에서만 총 8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워싱턴주 확진자 수는 102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10만개의 코로나19 진단 기기를 오는 9일까지 민간 연구실에 공급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건당국이 강조하고 있지만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이미 매진됐다. 휴지와 물, 소독약품, 해열제 등 생필품 사재기도 발생해 코로나 패닉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확진자 1164명…올림픽 개최 난항 의견 나와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18시를 기준으로 1164명이다. 이는 전날 대비 7명 증가한 규모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중 696명, 정부 전세기 이용자 14명, 본토에서 감염됐거나 중국에서 온 여행객 45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본토에서 감염됐거나 중국 등 외부 유입 여행객 454명을 지역별로 구분하면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34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본토 2/3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셈이다.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는 21명이다. 6일을 기준으로 중증 환자는 61명이고 완치 후 격리해제된 이들은 311명이다.

일본 후생노동상을 지낸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 지사는 내달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개최는 어렵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탈리아 확진자 5883명…유럽서도 확진자 다수

이탈리아의 1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5883명이다. 이는 전날 대비 1247명(26.9%) 증가했다. 이탈리아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긴 날은 이날이 처음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전날 대비 36명 증가한 233명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다. 사망자를 포함하면 이탈리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6000명이 넘는다.

무서운 확산세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경제·금융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ㆍ베네토ㆍ피에몬테주에서 모데나, 파르마, 피아첸차, 파도바, 트레비소 등 11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존’으로 지정하고 봉쇄령을 내렸다.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해당 지역에 드나들지 못한다. 해당 지역 주민 역시 정부 허가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확대된 레드존, 즉 봉쇄령 대상 인구는 롬바르디아주에서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클럽, 헬스클럽, 수영장, 박물관, 스키 리조트급 등은 폐쇄되고, 식당과 카페에서는 이용자 간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이번 조치로 레드존의 넓이는 이탈리아 북부 전체 약 1/3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레드존 확대로 이동에 통제를 당하는 이탈리아 인구는 5만명에서 160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걸렸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공개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49명이다. 이는 전날 대비 16명 증가했다. 독일 확진자 수는 795명이다. 독일에서 이날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았다. 스페인 확진자 수는 516명으로 전날 대비 10명 증가했다. 스위스와 영국은 각각 228명, 206명으로 전날 대비 1명, 2명 증가했다.

중동서 확진자 수 급증…이란 피해 극심

중동 13개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218명으로 전날 대비 1155명(22.8%) 늘어났다. 중동에서 가장 감염 피해가 심각한 이란은 사망자 21명이 추가돼 총 145명이 숨졌다. 테헤란 지역구 유력 여성의원 파테메 라흐바르도 이날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 등에서 보낸 코로나19 검사 장비가 지난달 말 이란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검사가 진행되면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을 오가는 크루즈선 ‘리버 아누켓’호의 이집트인 승무원 12명이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7일 승객 등 탑승자 33명이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이집트 보건부는 이 배를 남부 룩소르에 정박하도록 한 뒤 관광객 101명과 승무원 70명을 선상 격리하고 검사를 실시해 이집트인과 외국인 각각 14명과 19명이 추가로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감염병 전문가 “사실상 전 세계적 대유행 단계 진입”

WHO 발표를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만명이 넘었다. WHO는 각국의 보고를 취합해 일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전날 이미 10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WHO에 따르면 7일 오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0만 1827명이다. 이중에서 2만 1110명이 중국 외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94개국이 환자 발생을 보고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대유행은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창궐하는 것을 뜻한다.

WHO는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정책센터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지금이 대유행 단계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WHO가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든버러대학 데비 스리다르 국제공중보건학 교수도 “현재 코로나19 확산은 대유행의 모든 정의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