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벌레. 연구원들은 벌레의 내장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분해하지만 유충도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출처= Brandon Universit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연구원들이 지난 2017년 이 작은 애벌레가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 중 하나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이 벌레의 위상은 하루 아침에 뒤바뀌었다.

이 생물이 오늘날 매립지와 바다를 뒤덮고 있는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을 갉아먹으며 살기 때문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 유충이 어떻게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유충 내장의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왕립학회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가 플라스틱 쓰레기와 싸우기 위한 효과적인 생물분해 시스템을 찾기 위한 노력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캐나다 브랜든 대학교(Brandon University)의 생물학과 크리스토프 르모인 교수는 "벌집 나방의 애벌레가 플라스틱 생물분해 과정에 필수적인 내장 미생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애벌레와 장 박테리아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면서 그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즉각적인 해결책 되지 못해

야생에서는 더 큰 벌집나방의 유충이 해충으로 간주된다. 벌집에서 밀랍을 먹어 치우는 기생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충이 플라스틱까지 먹어 치운다는 것은 스페인의 아마추어 양봉가가 자신의 벌통에서 유충을 몇 마리 잡아 비닐봉지에 넣으면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 유충들이 비닐 백을 갉아 먹으면서 작은 구멍을 냈고 그 속도가 놀랄 만큼 빠르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그 스페인 아마추어 양봉가 페데리카 베르토치니는 공교롭게도 칸타브리아의 생의학 및 생명공학 연구소의 과학자였다. 그는 곧바로 이 작은 벌레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이 벌집나방 유충이 그 동안 알려진 다른 어느 방법보다 빨리 폴리에틸렌 비닐 봉지를 분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브랜든 대학교의 르모인 교수는 벌집나방 유충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유충을 대규모 환경에 적응시키고 복제하기 전에, 애벌레와 그들의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들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해야 할 더 많은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고 나서 배설하는 독성 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특정 내장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에서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박테리아만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속도는, 유충이 플라스틱을 먹는 속도보다 훨씬 느렸다. 이것은 단지 박테리아만이 아니라 유충이 플라스틱 분해에 무언가 도움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본적으로 미생물과 숙주(유충)가 서로 시너지 작용으로 효과적인 플라스틱을 분해시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 가지 종의 박테리아가 아닌 여러 종의 박테리아가 함께 협력해 플라스틱을 더 쉽게 분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르모인 교수는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을 알아내는 데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지구상의 플라스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퍼즐이 몇 개 더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밝혀지는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를 계속 줄이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