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베이코리아 스마일 배송.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대략 매각의 가치를 ‘5조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는 국내의 사업주체들은 어떤 곳일까. 

2017년 신세계와 11번가 인수경쟁을 벌였던 그리고 티몬의 ‘간을 봤던’ 롯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커머스를 롯데보다는 먼저 시작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탄력은 못 받으면서, 이마트의 부진한 실적에 일조하고 있는 SSG닷컴을 보유한 신세계, 최근 면세점 확장으로 백화점이 아닌 다른 부문의 유통사업 확장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이다.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 11번가와 합치면 바로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SK를 후보군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각 기업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5조원을 고평가로 보든 저평가로 보든 수 조원 단위에 이르는 금액을 상기에 열거된 기업들이 당장 내놓을 가능성은 공통적으로 매우 낮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장기적 관점으로 업계에서 상위 입지를 유지하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라면서 “이베이코리아 외에도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매각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각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수에  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벤져스급 시나리오 

모 투자증권의 연구원은 누적되는 적자가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의 합병이라는 ‘어벤져스급’ 판타지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에게 어벤져스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 아이언맨의 질문에 “1400만605개의 가능성 중 딱 1가지”라고 답했다.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그렇다.  

▲ 출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캡쳐

만약 이 시나리오가 이뤄지려면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거나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글로벌 ‘큰 손’이 두 업체를 모두 인수해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야 한다. 쿠팡이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을 때 평가받았던 가치가 5조원이었다. 현재 쿠팡의 규모는 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다. 현재 ‘설’로 도는 이베이코리아 기업가치 5조원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두 기업을 인수하려면 한화로 ‘최소’ 10조원 이상의 돈을 무조건 들여야 한다. 이 정도라면, 미국의 아마존이나 월마트 혹은 중국의 알리바바 정도의 후보군이 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베이코리아가 쿠팡을, 혹은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거나 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가뜩이나 연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쿠팡이 타 업체의 인수에 수 조원의 돈을 낼 여유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현재 매각설이 돌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쿠팡에 대한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액(20억 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인 ‘최소 5조원’이라는 금액을 들여 쿠팡을 인수할 가능성 역시 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각설에 대한 ‘반론’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에 대해서는 나름의 반론을 제기하는 의견들도 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전 세계 이베이의 해외법인들 중 이베이 영국법인과 함께 첫 번째와 두 번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잘 나가고 있는’ 법인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배당을 통해 약 3000억원을 본사로 보낸 것이 이베이코리아다. 이베이 본사가 아무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면서 본사로 배당금까지 보내주는 ‘알짜 사업부문’인 한국 법인을 굳이 매각할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의견이다.      

▲ 비상장 이커머스 업계의 가치평가 기준. 거래액에 대해 계산된 퍼센트. 이베이코리아는 추정치. 출처= SK증권.

그와 더불어 ‘5조원’이 대체 어떤 평가기준에서 산출된 금액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2018년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11번가가 당시의 기업가치를 총 거래액(약 9조원)의 24%인 2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은 전례가 있다. 아마 5조원은 11번가의 사례를 토대로 이베이코리아의 연 거래액 16조원에 대해 약 30%를 적용하는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에는 단기간의 거래액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처한 상황, 브랜드의 가치, 미래가치 등 수많은 변수들이 반영된다. 20여년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의 커머스 브랜드 운영 경험, 업계 상위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이력, 업계 내 입지들을 고려하면 5조원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감이 있다. 

격변의 시기, 변수는 늘 있다 

한국 이커머스는 올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롯데와 신세계의 이커머스 본격 참전으로 업계의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향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꼭대기’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설도 또 하나의 변수다.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가져가는가에 따라 업계 상위 사업자의 순위는 당장 변동될 수 있다. 인수가 이뤄지는가 그렇지 않은가보다 중요한 것은 일련의 변수들이 앞으로 펼쳐질 이커머스 업체들 간 ‘총성없는 전쟁’의 전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