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 딘 세르자이·아예샤 세르자이 지음, 유진규 옮김, 부키 펴냄.

치매(Dementia)는 증상이다. 질환이 아니다. 물리적 충격(두부외상)이나 여러 질환으로 인하여 뇌가 손상되면서 기억력, 학습능력, 언어 등 인지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복합증상이다.

치매에는 질환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치매, 노인성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 인한 치매가 전체의 60~80%에 달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에 이상이 생긴다. 시간, 장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指南力, 지남력)도 저하되며, 나중에는 자녀나 배우자조차 몰라보고 혼자서는 자기 집조차 찾지 못하게 된다.

성격변화, 공격성 증가, 우울증, 망상, 환각, 의욕상실, 초조행동, 수면장애, 무감동, 무관심 등 정신행동 증상도 나타난다. 보행 이상, 대소변 실금,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동반된다.

WHO, “2050년 전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1억3500만  예상”

치매를 동반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심각하게 급증하는 질환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심장병, 당뇨, 암, 뇌졸중 등 모든 만성 질환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알츠하이머 사망률은 지난 10년간 87%나 증가했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미국에는 6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4700만 명이다.향후 10년내 85세 이상 노인에게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은 50%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50년 쯤에는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1억3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는 여섯 번째 사망 원인이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환자가 숨지면 대다수 의사들이 공식 사망원인을 치매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기록한다는 감안할 경우 알츠하이머병은 심장병과 암에 이어 세 번째 사망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예방과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재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저런 검사를 한 후 환자의 상태가 만성으로 진행할 것이며 치료법은 없다는 사실을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美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大 의과대학 ‘알츠하이머 예방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두 저자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책에는 그 내용이 담겨 있다.

생활습관 5요소로 알츠하이머 잡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는 나이, 유전적 위험 요인, 두뇌에 영향(보호 또는 파괴)을 미치는 라이프스타일(생활습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신경과 전문의인 두 저자는 알츠하이머 발병 요인 가운데서 나이와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라이프스타일은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인지력 감퇴를 야기하는 여러 질환들이 '라이프스타일 5요소'인 영양(Nutrition), 운동(Exercise), 긴장 이완(Unwind), 회복 수면(Restore), 두뇌 최적화(Optimize)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15년간의 연구와 임상 경험 끝에 자신들의 아이디어처럼, 라이프스타일이 알츠하이머의 해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 과정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치매에 더 잘, 더 일찍 걸린다는 사실이 일관되게 확인됐다.

음식, 운동, 스트레스 관리, 수면의 질, 인지 활동이 두뇌 건강에 주는 극적인 차이도 목격됐다.

두 저자는 환자들이 진작에 잘못된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했더라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90%가 이 병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며, 유전적 이유로 발병 위험도가 매우 높았던 나머지 10% 환자들 역시 발병시기를 10~15년 늦출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에는 라이프스타일 의학과 정밀의료에 기초한 두뇌보호 프로그램인 ‘뉴로(NEURO)플랜’이 소개되어 있다. 뉴로는 라이프스타일 5요소의 영어단어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저자들은 책에서 영양, 운동, 긴장 이완, 회복 수면, 두뇌 최적화 등 5요소를 개선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헐리웃 영화 의 한 장면. 세 아이를 둔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려 소중했던 기억을 하나 둘 잃게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헐리웃 영화 의 한 장면. 세 아이를 둔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려 소중했던 기억을 하나 둘 잃게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인지력 감퇴 대비해 음악·미술·댄스로 ‘인지 예비능’ 키워야 

저자들은 평소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인지 예비능이란 생애 전체를 통해 축적한 두뇌의 연결성 정도이다. 인지 예비능은 세포 사이, 뇌 영역 사이, 의식의 섬들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와 다리가 얼마나 많고 튼튼한가를 보여준다.

이 능력은 우리가 얼마나 두뇌를 단련했느냐, 얼마나 많은 정보를 흡수했느냐, 생애 전반을 통해 어떤 트라우마, 위험, 모험, 기쁨, 지식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중년을 넘기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병리학적 현상을 겪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인지력 감퇴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뇌 예비능과 인지 예비능은 중복과 상호 연결의 형태로 결손부분을 보완해준다. 뇌 영역 간 네트워크가 수천, 수만 번씩 반복적으로 연결되면서 동일한 기억과 아이디어에 서로 다른 경로로 접근한다. 

이 때문에 뇌가 충분한 예비능을 갖추고 있으면 노화로 인해 뇌에 심각한 피해가 오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기억에 접근하며, 의식의 섬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피아노-미술-바둑-카드게임 등 '복잡한 취미활동'이 효과적               

우리 뇌는 복잡한 활동을 위해 디자인되었으며, 복잡한 활동에 의해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뇌를 최적화하려면 단순한 기억력 게임이나 스도쿠, 십자말 풀이로는 부족하다.

음악은 다영역, 다기능 활동을 한다. 피아노 연주는 뇌의 여러 기능을 동시에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피아노를 치려면 건반을 정확히 누르는 운동기능,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공간 기능, 음악의 타이밍을 맞추는 주의력, 연주하는 느낌을 갖는 감정기능, 악보를 음악으로 변형하는 언어 기능이 모두 수행된다.

미니어처 만들기도 복잡한 다영역 활동이다. 조립하려면 설명서를 충실히 따르고, 주의력과 집중력을 잘 유지하고, 대상물의 공간적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한 조각이 다른 조각과 어떻게 맞춰질지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이 같은 복잡한 다영역 활동을 통해 인지예비능을 사전확보해둬야 한다.

이 밖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 쓰기, 노래방에서 노래부르기, 댄스 배우기, 바둑 장기 카드 게임, 남에게 가르치기, 미술, 대학수업 듣기 등이 인지 예비능을 길러준다.

 하루 7~8시간 수면, 최고의 해독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해독제가 바로 수면이다. 하루 7~8시간의 수면은 그 어떤 해독주스나 디톡스요법보다 효과적이다. 잠잘 때 체내 독소와 산화 부산물, 아밀로이드가 제거된다. 잠은 부정적인 생각과 기억까지 없애 줄 수 있다.

회복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다. 마치 뇌 속에 안개가 뿌옇게 낀 듯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지 기능도 떨어진다. 생체리듬이 교란되어 낮에는 더 피곤하고 밤에는 더 못 자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