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이자 예술인들의 집합소인 홍대에서 느낄 수 있는 트렌디함과 독특함을 뒤로 한 채 번화가에서 다소 동떨어진 외진 곳에서 ‘쉼표’ 하나를 발견했다. 속세의 번잡스러움을 떠나 시간이 멈춘 듯 마음에 여유로움을 안겨주는 갤러리 카페 ‘에뚜와’가 바로 그곳이다.

‘에뚜와’는 불어로 ‘별’이란 뜻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별이 되고픈 소망으로 ‘에뚜와’ 대표 전광옥 여사가 지은 이름이란다. 이정재, 이선균, 윤계상이 나왔던 드라마 ‘트리플’ 촬영지로 이미 유명세를 탔으며 ‘빛과 그림자’, ‘천일의 약속’,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에서도 볼 수 있던 장소다. ‘에뚜와’는 인기 배우 부럽지 않은 매스컴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공간 인데 이렇게 방송 3사에서 모셔가기 바쁠까’라는 의문은 ‘에뚜와’ 문 앞에 들어서면서 바로 풀렸다. 잘 가꿔진 정원과 품격있는 운치는 그야말로 복잡한 도심에서 보물을 찾은 상큼한 기분을 선사했다.

‘에뚜와’는 거실과 정원의 경계가 없다. 커다란 통유리 창을 열면 거실이 곧 뜰이 되고 정원이 바로 거실이 된다. 복잡했던 마음까지도 한 번에 사르르 녹일 만큼 탁 트인 공간이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한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겨울을 알리는 눈사람과 트리 등 아기자기한 미니 소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이는 전광옥 ‘에뚜와’ 대표의 솜씨로 계절마다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한다. 고미술 수집가 전광옥 여사의 갤러리 카페답게 30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직접 수집한 전통 가구, 공예품, 수예품, 석조품, 고가구, 미술품 등이 전시돼 있어 다양한 한국적인 미가 곳곳에 배어있다. 모두 전 대표의 손때가 묻어있는 작품들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전광옥 대표는 “골동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게 하느냐에 따라 서양의 엔틱보다 더욱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다”며 “골동품을 모시는 게 아니라 테이블, 옹기그릇 등 실제 생활에서 쓸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총 200평 정도의 공간에는 20개 정도의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며 날씨가 풀리면 야외 테라스에 테이블을 놓고 바비큐 파티도 가능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한여름 생생한 초록빛의 잔디밭 위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커피한잔 마시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에뚜와’는 20대부터 60대이상까지 모두가 공존하고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중장년층에게는 과거로 돌아가 젊음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젊은 층에게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함을 선사한다.

품격있는 분위기에 압도돼 마음과 행동 또한 자연히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이곳에는 목소리 큰 손님이 없었고, 모두가 차분해 보였다. 내면까지 다듬을 수 있는 ‘삶이 하나의 쉼표가 되는 장소’로 명명하고 싶다.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흐트러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에뚜와’는 가끔은 정리가 필요할 때 찾으면 제격인 곳이다.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대한 감탄은 잠시 미뤄두고 먼저 ‘에뚜와’ 셰프가 추천하는 계절메뉴 ‘굴 링귀네’를 맛봤다. 링귀네는 납작한 형태의 스파게티 면보다 조금 더 두꺼운 면을 뜻한다. 쌀쌀한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이 요리는 당일 아침 현지에서 공수해 온 싱싱한 굴과 마늘, 빨간 고추를 넣고 올리브 오일과 볶아낸 파스타다. 살짝 익힌 굴에서는 육즙이 나와 바다의 신선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담백하고 깔끔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해 줄 만하다.

‘루꼴라&감베로띠 피자’는 허브의 한 종류인 루꼴라와 탱탱한 새우, 마늘, 토마토의 조화가 일품인 요리다. 담백한 씬 피자 위에 토마토, 새우가 토핑돼 있는데 느끼함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싼다. 특히 피자 가운데 얹어져 있는 루꼴라와 함께 먹으면 쌉싸름한 특유의 맛과 향이 입맛을 더욱 돋운다.

건자두와 레드 와인 소스의 조화가 맛과 색깔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텐더로인 스테이크’도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두툼한 고기의 육즙에 레드와인 소스와 건자두의 조화가 달콤함을 더하고 여기에 토마토, 마늘, 버섯, 피망 등 구운 야채가 조화를 이룬다.

텐더로인 스테이크.[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배가 아무리 불러도 빼 놓을 수 없는 디저트가 ‘에뚜와’에 준비돼 있다. 바로 마스카포네 치즈와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일품인 ‘티라미수’다. 이태리에서 직접 공수해온 크림치즈의 한 종류인 마스카포네 치즈는 다른 치즈보다 진한 맛이 풍미를 더하고, 진한 에스프레소 특유의 달콤 쌉싸름한 맛과 향이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포크를 내려놓을 줄 모르게 한다. 이와 관련해 ‘에뚜와’ 셰프는 “달콤한 맛의 술인 아마레토와 리큐르가 첨가돼 더 달콤하고 쌉싸름하면서 진한 맛이 난다”며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유로움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입을 즐겁게 하고 운치 있는 인테리어로 눈을 사로잡는 곳 ‘에뚜와’. 지친 일상에서 가끔은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을 때 ‘에뚜와’에서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보면 한결 푸근함과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메뉴 ‘굴 링귀네’ 1만4000원, ‘루꼴라&감베로띠 피자’ 1만7000원, ‘텐더로인 스테이크’ 3만원, 티라미수 7000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7-1
문의 (02) 322-9848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