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클라우드 게임, 크로스 플레이 등 게임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게임 업체들도 기존에 고착화된 인기 장르와 플랫폼 개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PC·콘솔 플랫폼을 겨냥한 패키지 게임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대비도 진행하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 사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펄어비스의 행보가 발빠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의 콘솔 버전을 출시한데 이어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의 크로스 플레이를 성사시키며 시대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

또한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지식자산권)의 PC와 모바일 플랫폼의 글로벌 성공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주요 신작 3종을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솔 신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한편 크로스 플레이와 클라우드 게임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사의 신형 게임 엔진으로 개발하고 있는 콘솔 신작 3종인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은 모두 신규 IP로 글로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트리플A(AAA)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게임사가 활약하지 못했던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에픽 판타지 오픈월드 MMORPG인 붉은사막(Crimson Desert)은 펄어비스의 차기 플래그십 MMORPG로, 사실적인 캐릭터와 그래픽을 갖췄다. 수집형 오픈월드 MMO 도깨비(DokeV)는 콘솔과 PC 출시를 우선으로 제작하고 있다. 높은 자유도와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특징이다. 두 게임은 오는 2020년 베타 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엑소수트(Exosuit) MMO 슈터 플랜 8(PLAN 8)은 사실적 그래픽 표현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넥슨은 15년 간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끈 자사의 핵심 IP인 ‘카트라이더’를 활용해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린다. 넥슨이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4K UHD로 그래픽을 진화한 한편 서구권 시장 분위기에 맞춰 확률형 아이템이 전혀 없고 시즌패스와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부 패키지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BM(비즈니스 모델)으로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최초로 콘솔과 PC의 글로벌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행보가 눈에 띈다. 국가별 인기 플랫폼이 다른 만큼 범용성을 갖추기 위한 전략이다. 넥슨은 우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엑스박스와 PC 버전을 동시에 내놓는다. 향후엔 모바일과 클라우드 게임 지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넥슨 측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크로스 플레이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PC 및 콘솔 개발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또한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진행한 2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내부적 리서치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특히 리니지 시리즈의 차기작인 ‘프로젝트TL’을 PC뿐 아니라 콘솔 버전 개발까지 고려하며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자회사를 통한 퍼블리싱 사업도 재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엔씨웨스트는 콘솔·PC 플랫폼 신작 ‘퓨저(FUSER)’를 퍼블리싱한다. 지난 2월 27일 개막한 게임쇼 팍스 이스트2020에 부스를 마련하고 게임을 시연했다.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MMORPG 장르에 치우쳐진 라인업 탓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지만, 국내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 PC·모바일 MMORPG 라인업의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진화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리니지2M’ 출시와 함께 국내 최초로 PC·모바일의 크로스 플랫폼을 도입하고 모바일 게임에 4K 해상도를 적용했다. 그러는 한편 인공지능(AI) 연구에 앞장서며 게임에 AI를 적극 도입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술력이 강점인 회사인 만큼 앞으로 다가올 게임 시장의 기술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개발사 연합으로 이루어진 크래프톤은 다양한 장르에서 실험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맛본 바 있으며 한국 게임사에선 최초로 ‘테라’를 통해 MMORPG의 콘솔 버전을 출시했다. 지난해엔 생소한 장르인 로그라이크 RPG ‘미스트오버’를 PC와 스팀 버전으로 출시했다.

라인게임즈는 ‘베리드 스타즈’와 ‘창세기전’ 등 콘솔 신작을 준비 중이다. 개발자 출신인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라인 게임즈는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서 신작을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