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게임 업계를 향한 유저들의 새로운 시도 요구와 기존 인기 게임의 강세가 혼재되고 있는 가운데 클라우드 게임이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최근 글로벌 산업의 흐름인 크로스 플레이에 유리한 형태를 갖고 구독형 BM(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해 여러 종류의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PC,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기기와 장소의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별도의 데이터센터에서 연산과 출력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영상 입출력이 가능한 기기가 있으면 사양에 관계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빛 보지 못했던 클라우드 게임… 재조명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개념은 최근에 불쑥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2010년 전후로 해외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바 있다. 국내에선 IPTV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들의 활발한 시도가 있었다.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 등은 2012년부터 2014년에 걸쳐 자사 IPTV를 활용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콘텐츠 부재 탓에 통신사들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통신 속도가 원활하지 못해 게임의 화면 지연, 해상도 저하, 음향 지연 등으로 안정적 서비스가 힘들었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게임 수는 20~40여종 수준에 그쳤다.

콘솔 게임의 강자 소니도 2014년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를 공개하며 모객 활동을 펼쳤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런데 일련의 실패를 겪은 클라우드 게임이 최근 재조명 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은 잇따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해 3월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스태디아’를 발표했다. 현장에선 PC, 태블릿, 스마트폰, TV 등으로 4K 화질로 끊김 없는 크로스 플레이를 시연했다. 자사 전용 컨트롤러도 공개했다.

엑스박스를 통해 콘솔 게임 사업을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해 6월 게임쇼 E3에서 자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를 시연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를 대상으로 ‘트위치 프라임’을 통해 매월 무료 게임을 제한된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한다. EA는 지난 2018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프로젝트 아틀라스’를 발표했고 지난해 9월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버라이즌은 ‘버라이즌 게이밍’이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를 서비스 중이다.

국내 통신3사도 다시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포스 나우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며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유비투스와 협력해 독자 플랫폼 5G 스트리밍 게임을 구축해 서비스한다.

 

다시 등장한 클라우드 게임은 기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5G 상용화로 고화질 게임에서도 낮은 수준의 지연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5G는 4G 대비 이론상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기반으로 데이터 신호에 대한 응답시간이 기존 4G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여준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더욱 확장됐고 운용 기술도 발전해 서버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라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업체 HIS마킷은 지난 2018년 3억8700만달러를 기록한 전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4년 후인 2023년엔 25억달러로 약 6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티스타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연평균 46.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엔 다를 것” vs “아직은 어려울 것”

 

클라우드 게임의 전망에 대한 게임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게임이 게임 시장 변화의 전환점으로 작용해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는 평이 있는 반면 긍정적 영향을 주는 장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클라우드 게임은 기존 패키지 게임보다 저렴하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장이 확대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경우 플랫폼 별로 각 디바이스의 조작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클라우드 게임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클라우드 게임은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긍정적 현상이 기대된다”면서 “현재 한국 게임 시장의 한정된 인기 장르·플랫폼에서 벗어나 패키지 게임의 장점인 싱글플레이,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 구현, 소재의 다양화, 장르 분화 등이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라이트유저(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아지는 추세에서 캐주얼, 방치형 등 게임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기회다. 이와 관련한 원천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클라우드 게임을 비롯한 크로스 플레이 환경은 제한된 장르에 국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태랑 게임빌 사업실 과장은 “아주 짧은 순간에 승패가 판가름 나는 철권, LoL 같은 게임은 클라우드 네트워크 속도가 아직 원활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지연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들만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구독형 BM에 따른 패키지 게임 저변 확대에 대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건 맞지만 한 달 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여러 게임을 즐기려다보면 오히려 게임의 깊은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스타트업체 빅레이더의 장현석 대표는 “기존 패키지 게임과 콘솔·PC·모바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게임은 차이가 있다. 가령 PC게임을 제조하는 회사가 무작정 클라우드 환경에 그 게임을 접목하기엔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PC MMORPG가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된 게임들은 UI 뿐 아니라 자동사냥 도입 등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그 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