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국내 철강업계가 사면초가에 내몰린 가운데 철강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모빌리티 분야에서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져감에 따라 시장 선도를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업황 둔화에 모빌리티 관심… 왜?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철강업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는 자동차생산과 건설투자 동반 부진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수출 역시 글로벌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중저급 철강 부분에서는 중국업체들의 공급과잉도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철강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 철강 소비국인 중국의 건축·기계·자동차·조선 등 업종이 중단되면서 철강제품 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강철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철강제품 재고는 2374만톤까지 늘어났다.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재고 증가는 철강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춘절 연휴가 끝난 직후인 2월초, 철강 선물 가격은 톤당 83달러로, 전주 대비 14.3% 급락했다. 유통 가격도 하락해 2월 둘째주 중국 철강재 유통 가격은 전주에 비해 열연 5%, 후판 2%, 철근 1.4% 씩 내려앉았다. 올해도 철강경기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왜 ‘모빌리티’일까? 이는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철강업계의 가장 주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철강 빅2의 성장은 ‘자동차 강판’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만 900만톤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조강생산량(3599만톤)의 4분의 1 수준이다. 현대제철 또한 지난해 2131만톤의 자동차 강판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자동차 강판의 높은 수익성에서 기인한다. 자동차 강판은 차체에 맞게 모양을 변형할 수 있어야 하며, 강도 또한 높아야 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한 대량 생산과 대량 납품이 가능하고, 한번 납품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통상 자동차 한 대에서 자동차 강판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로, 중형차 한 대에는 약 900kg의 자동차 강판이 들어간다. 철강업계가 모빌리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 송도R&D센터에 전시된 포스코 전기차 배터리팩 PBP-EV. 가볍고 강한 기가스틸(흰색)이 배터리를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기차의 무게를 줄여준다. 출처=포스코

포스코·현대제철, 시장 선점 사활

포스코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철강 제품과 전기모터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전기 강판 등 미래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가스틸이 대표적이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kg의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초고장력강판을 말한다. 십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에 25톤 이상의 무게를 버틴다고 보면된다. 이는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하고, 3배 이상 얇은 강판으로 가벼운 차체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기가스틸은 전기차 차량 사고시 충격을 흡수 및 분산시켜 사고의 충격을 최소화함으로써 배터리가 파손되지 않도록 지키고,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무게를 한결 가볍게 하면서 강한 차체를 유지하는 게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과 비교해 소재 가격은 3.5배, 가공비는 2.1배나 낮춰 생산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했다. 자동차의 누적 CO2 배출량 또한 기존 대비 약 10% 감소시켜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며 착하고 똑똑한 소재로 손꼽힌다.  

또한, 포스코의 에너지 고효율 전기 강판 ‘하이퍼 NO’는 고효율 모터에 적용돼 전기자동차의 연비를 향상시키고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돼 기존 전기 강판 대비 철손이 30% 이상 낮다. 여기에 전자기적 특성을 저하시키지 않는 포스코 고유의 코팅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도 10% 이상 높였다.

▲ 현대제철이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자체 설계 콘셉트카 'H-솔루션(SOLUTION) EV'. 출처=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올해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서의 역량 확대에 더욱 집중한다. 현대제철은 앞서 2018년에는 자동차용 경량화 부품을 총칭하는 ‘자동차용 핫스탬핑 제품’을 세계일류상품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도 자동차용 부품인 ‘ERW 도어 임팩트 빔’을 등재하는 등 활동으로 모빌리티 사업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고장력강·핫스탬핑 등 자동차용 소재 단위에서부터 성능과 원가,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성·성형·용접·방청·도장·부품화를 아우르는 자동차 솔루션 전문 브랜드 H-SOLUTION도 출시했다.

특히,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는 H-SOLUTION의 기술력을 탑재한 콘셉트가 ‘H-SOLUTION EV’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당차는 공기의 흐름이 미치는 저항의 정도를 나타내는 항력 계수를 0.29까지 줄였고, 소재면에서도 초고장력강판 적용을 극대화해 고강도 경량 차체와 차량 안전성을 확보했다. 특히, 외판의 경우 490MPa 고강도강판, 알루미늄 및 CFRP 등의 다양한 경량 소재를 적용해 동급 EV 차체 대비 9% 경량화를 이뤄냈다.

여기에 고강도 내마모강 브랜드인 ‘웨어렉스(WEAREX)’를 론칭, 고내구성이 요구되는 엔진·트랜스미션 등 자동차 구동부품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웨어렉스는 최적의 비율로 탄소와 보론, 크롬 같은 합금원소를 첨가해 경도 및 내마모 성능이 우수하다. 따라서 반복 하중이 발생하는 자동차 구동계 부품에 적합하다. 또한, 제강공정에서 특정 원소를 제어해 불순물을 엄격하게 관리한 고청정 소재로서 부품의 수명을 극대화하고 기계성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1200억원을 투자해 냉연설비를 최신화 하는 한편, 내년 1월 양산을 목표로 체코 오스트라바시에 핫스탬핑 공장을 신설하는 등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철강시황에서 모빌리티는 핵심 키워드”라며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의 등장에 따라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빌리티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철강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