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 VCNC가 운영하는 타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한 때 법원의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으나 타다의 서비스를 막는 박홍근 의원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타다는 4일 박재욱 대표의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 판단으로 우리는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갑니다”라며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고 선언했다. 타다 베이직의 가동은 조만간 멈출 전망이며, 4월 예정된 타다 독립법인 설립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냉정하게 말해 타다와 관련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일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이 남아있으며, 타다 베이직 종료 선언이 나왔으나 시기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종료’라는 말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이 지난한 타다 논쟁의 끝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을까.

▲ 출처=갈무리

[우리가 얻을 것]

#플랫폼 택시의 명확한 로드맵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후 타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면, 우리는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시대를 만날 수 있다. 카풀 논란을 거친 후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지난해 7월 17일 발표된 플랫폼 택시 로드맵, 나아가 본격적인 모빌리티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사실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으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의 명확한 법제화라는 의미도 있다. 두 가지 내용 모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KST모빌리티 및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바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4일 성명을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안팎의 불안 요인도 사라질 수 있게 됐습니다”면서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통과를 반기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개정안은 타다 금지 내용도 포함하면서도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플랫폼 택시 법제화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물론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플랫폼 택시의 명확한 영업방식과 논란이 되고있는 기여금 규모 등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지만,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지부진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시된다.

#소모적 논쟁의 해결 개정안 통과가 완료되면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소모적인 논쟁도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타다와, 택시업계와 협력한 타다 외 절대다수의 기업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치열하게 경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디스’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그러나 타다 논란이 일단락되면 국내 모빌리티 업계 기업들은 진정한 기술적 진보를 통해 건설적인 경쟁에 나설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정책의 일관성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타다의 시동이 꺼진다면,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일관된 정책의 방향성과 이에 적극 협조한 기업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선례가 남을 전망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타다 1심 무죄 판결이 난 직후 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 방식(기포카)의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마련해준 택시와의 협력 모델보다, 타다의 기포카 모델이 매출이나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 및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국토부의 가이드 라인과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끈질기게 기다리며, 기포카 방식보다 불리한 택시와의 협력 모델을 끝까지 고수했다.

타다는 확실한 방식을 추구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는 ‘파격운전’에 나섰다면 카카오 모빌리티 등은 다소 불확실하지만 정부의 방침에 맞는 ‘준법운전’을 시도한 셈이다. 그리고 4일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준법운전’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추후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질서와 균형을 규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 사진=박재성 기자

#일부의 행복함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고 타다가 멈춘다면, 개인택시기사들은 ‘타다 아웃’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함을 만끽할 전망이다. 그들도 국민이며, 그들의 권익과 행복도 ‘우리가 얻은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아가 타다 아웃을 열심히 외쳤던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경우 더욱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으며 국철희 조합 이사장의 직무정지 기간 조합 내부에서 출범했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타다 아웃 전선을 주도했기 때문에, 비대위는 개정안의 통과라는 확실한 전리품을 바탕으로 조합 내 지지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개정안의 통과 정국에서 채이배, 이철희 의원의 강한 반대의견을 소수의견으로 남겨주며 배려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여상규 위원장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여담이지만 여 위원장의 경우 한 때 정국을 뒤흔들었던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채이배 의원 감금논란에 휘말리는 등, 여 위원장과 채 의원의 인연도 다소 깊은 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국회를 도는 강행군을 통해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법사위 통과를 요청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를 강하게 추진했던 국토부 공무원들도 뿌듯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또 타다 아웃을 위해 당적까지 바꾼 김경진 의원도 본인의 소신을 관철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한편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에서, 관례상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되는 가운데서도 굳이 4일 재차 성명을 통해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 KST모빌리티도 행복함을 느낄 전망이다. KST모빌리티는 택시회사가 기반이 된 모빌리티 기업이며, 개정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플랫폼 택시 법제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곳이다.

#택시와 모빌리티의 연합, 새로운 실험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와 그랩, 디디추싱 등 큰 손들도 대부분 택시와의 협업을 제한적으로 단행한다. 그러나 그 폭이나 범위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확실하게 자리잡으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그 누구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택시와 모빌리티 기업의 환장적인 콜라보’를 기대할 수 있다. 업의 본질을 추구하는 택시와, 새로운 ICT 기술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빌리티 기업이 만나 말 그대로 환장적인 전략과 방법론을 보여줄 전망이다. 특히 택시의 경우 수 십년을 축적한 이동의 노하우와 내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기업은 여기에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이 로드맵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면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에 색다른 정답을 선제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구사업과 신사업의 충돌이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구사업과 신사업의 조화를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처음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택시업계의 파워 택시업계는 2010년대 초 이 땅에서 우버를 몰아냈고, 지난해 카풀을 몰아냈으며 올해는 타다도 몰아냈다. 트리플 크라운이다.

이번 타다 논란을 통해 우리는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의 1세대 대표적인 벤처 사업가의 기업도 끝내 말살시키는 강력하고 화끈한 택시조직을 가지게 됐다. 아니, 냉정히 말하면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 다음부터는 이런 강력한 택시조직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추후 모빌리티 사업을 하려면 택시조직의 눈치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 사진=임형택 기자

[우리가 잃을 것]

#도전의 여정 타다의 여정을 모두 혁신의 여정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최소한 이번 사태로 국내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타진하려는 의지는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타다의 운행근거인 기존 여객운수법 예외조항 활용을 두고 법원에서는 무죄가 나왔으나 국회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는 ‘가동될 수 있는 서비스도 택시업계 등 일부 이익단체의 여론에 국회 입법과정에서 거짓말처럼 사리질 수 있다’를 의미하며, 이런 상태에서 과감하게 새로움을 선택하려는 기업가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당연히 스타트업 유니콘의 꿈도 일정정도 포기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유니콘 카운트 세기 놀이'의 속도가 떨어질 전망이다. 

#다양성 카카오 모빌리티는 물론 KST모빌리티 등 많은 모빌리티 기업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우직한 방식으로 법적인 테두리 내부에서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택시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100% 택시+ICT 모빌리티’ 전략은 유일하고 독특한 해법이 될 수 있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시장이 지나치게 단조롭기 때문이다. 최소한 택시와 협업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살아남아 활동하는 플레이어는 있어야 시장이 더 윤택해지고 넓어진다. 그러나 타다가 시동을 꺼버리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와 모빌리티의 만남’ 외에는 남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택시가 소나타로만 정해지면 단조롭고 약하다. 아반테도, SUV도, BMW도 있어야 시장의 크기가 커지고 풍부해지며 다양해지고 강한 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커다란 상실이 불가피하다.

#온디맨드 논의 타다가 시동을 끈다면 우리는 O2O 플랫폼으로 인한 온디맨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의 기회를 잃어버릴 전망이다. 물론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논의가 나올 여지는 있으나 타다 드라이버라는 매력적인 논의의 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타다가 시동을 끄면, 이와 관련해 다양한 토론을 할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덤으로 공유경제 기업에 대한 논의도 당분간은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택시문화의 개선 기회 일반적인 의미의 사납금은 올해부터 폐지되고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는 월급제가 도입됐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일 단위 사납금이 아니라 월 단위 사납금을 받는 회사들이 많아지는 한편 그 외 다양한 꼼수로 기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타다는 개인택시는 물론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도 문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또 택시의 손을 잡지 않는 대안 선택지라는 점에서 잘만 활용하면 지금도 고통받는, 그래서 질 낮은 서비스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였다.

타다가 등장한 후 택시기사들의 질낮은 서비스가 더욱 부각되자 기사들이 부쩍 '친절해진 순기능'도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타다의 멈춤에 따라 택시문화발전의 속도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오로지 택시를 위해 충성해 그들에게 모빌리티 혁명을 알리는 연료가 되어라'고 말하는 국토부가 서슬 퍼렇게 버티고 있는 한 이 역할이 온전히 수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사진=임형택 기자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 타다가 시동을 끄면 1만2000명 수준의 타다 드라이버는 일자리를 잃는다.

#타다, 그 자체 타다가 시동을 끄면, 지금까지 마음 놓고 이동하던 172만명의 승객들은 타다를 귀가길의 좋은 동반자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