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자 화장품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통상적으로 경기 불황 속 색조 제품의 구매가 느는 반면, 코로나 여파로 화장이 묻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새롭게 ‘마스크 화장법’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화장법도 등장했다.

4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몰 주문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는 립틴트, 파우더, 메이크업 픽서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91%, 89%, 74% 증가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화장이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도록 뽀송하게 표현되는 매트한 재품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유튜브에 마스크 화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화장법 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이외에도 유튜브나 SNS에서는 ‘마스크 화장법’이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마스크에 화장이 안 묻는 법’, ‘이 시국 최고의 메이크업’, ‘피부 트러블 없이 마스크 착용하는 법’ 등 계속해서 유명 뷰티 유튜버들의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보통 평상적인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접촉 부위의 파운데이션은 지워지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수정 화장이 필요한 점도 이 때문이다. 또한 마스크 속과 마스크 틈새로 쉬는 입김의 열기로 인해 피부가 뜨겁게 달아올라 평소보다 빨리 화장이 무너지고 홍조가 오르기 쉽다.

그렇다면 ‘마스크 화장법’의 핵심은 무엇일까. 겉으로 보이는 눈 위주의 화장에 신경을 쓰되, 마스크를 하는 볼 위주나 코에는 얇게 화장을 하는 방식이다. 포인트는 꾸미지만 안 꾸민 듯한 ‘꾸안꾸’ 스타일을 강조한다. 화장이 무너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방법도 있다. 메이크업 픽서를 사용해 고정을 하거나 내부 공간이 넓은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대안 화장법이 생겨나고 있다.

마스크라는 방패막 아래 피부 자유를 찾은 사람도 있다. 아예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평상시 화장을 귀찮아하거나 소질이 없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화장을 해야 하는 의무감이 사라진 셈이다. 또한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다보니 피부와 마찰을 일으키는 곳에는 트러블이 생기면서 오히려 클렌징에 급격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이 모 씨(27·여)는 “평상시 아침마다 메이크업을 하느라 30분 이상은 공들여서 출근하기 일쑤였다”면서 “요즘은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와 눈썹 정도만 그리고 출근하니 준비시간이 확 단축됐다”고 말했다.

화장의 단계가 줄어들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최근까지도 이뤄지고 있던 '탈코르셋' 운동과도 그 맥락이 이어진다. 풀 메이크업과 여성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모습을 탈피해 남의 시선이 아닌 오로지 나의 편함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과 말이다. 현재는 코로나라는 명목 아래 마스크 속에 숨어 꾸밈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증가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순간이 와도 화장을 했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 속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말은 현재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립스틱 하나를 사던 소확행 보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 시국에 맞는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