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을 다녀온 연예인이 인도전문가 명단에 오르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신흥경제 5국 '브릭스(BRICs)'에 인도가 포함되면서 인도에 대해 말해줄 사람을 찾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었다. 당시에는 연구소의 직무과제로 번역에 가까운 보고서 한 편을 내더라도 인도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되는 시기였다. 중국전문가가 중국과 인도를 비교한 이후 인도전문가를 겸업하기도 했다. 이런 형편이었으니 몇 년간 인도주재원 경험이 있을 경우 슈퍼급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부임지 이외 지역을 다닌 적 없이 귀국한 처지였어도 남한 땅 33배 크기의 인도 전부를 일컫는 인도전문가로 불렸다.
 
당시 인도전문가로 행세하던 이들은 지금 대부분 인도와 무관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인도연구와 활동으로는 명예든 금전적 이득이든, 결과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인도전문가의 상품성이 낮았던 까닭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도전문가는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21세기 인도를 진단하고 해석해줄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대 인도는 인도인 스스로도 파악하기 벅찰 정도로 역동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역과 시장진출 그리고 현지경영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도의 속성조차 개벽이 있을 정도이니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쫓기에도 숨 가쁘다.
 
거의 한 두 달에 한 번꼴로 인도의 몇 개 도시를 출장 다니는 필자로서도 매일매일 지켜보지 않고선 인도의 변화를 따라 잡기가 버거울 정도다. 얼마 전까지 갖고 있던 인도 자료는 어느덧 과거형에 속하고 만다. 외국인으로서 타국의 역사나 문화, 사회 혹은 경제를 지켜보고 해석 및 판단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인도처럼 크고 다양하여 복잡한데다가 변화조차 빠르면 따라잡기 쉽지 않기에 인도전문가는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모 대학 교수를 만났다. 인도전공 학생들을 교육하고 세미나를 통하여 인도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전격 은퇴했단다. 현재 인도를 지속 연구함 없이 과거의 인도를 파악한 것만으로 전문가인양 활동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한 책임감 있는 결정이었다.
 
지난해 지자체에서 인도통상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부임할 전문가를 공채했다. 호조건이었던 까닭에 쉽게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공모를 거듭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륜 있는 인도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실증이다.
 
▲ ㈜비티엔 이야호 컨설턴트가 인도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을 국내 기업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은영

다행히도 최근 인도전문가 그룹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현대 인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글로벌 주역인 까닭에 비전으로 도전하며 전문성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어났다. 수 년 후에 공모가 나온다면 이들 인도전문가들 사이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것이다.
 
물류와 통관 분야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실무를 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고 인허가부터 공사 현장을 이끌어오는 이도 있다. 인도와의 거래에서 이전가격이란 용어조차 낯설어 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이를 전문적으로 자문하는 세무전문가도 배출되고 있다. 투자와 법인설립 그리고 운영에 대해서 항상 법규와 행정사례를 모니터링 하는 직업전문가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이면 의료기기, 식품이면 식품, 화장품이면 화장품 분야에서도 마케팅 커리어도 발굴되는데 이들은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외식업종 운영과 프랜차이즈 유경험자들도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도 현지 예술가와 작업하는 이들이 있다. 인도 유적발굴에 참여하는 고고학자도 있다. 이처럼 세분화되고 실체가 있는 활동영역에서 인도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인도와의 새로운 시대관계에서 인도전문가의 세대 교체와 함께 역할 역시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새롭게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