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리밍 음악이 붐을 일으키며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음악 산업이 활기를 찾고 있다.    출처= CN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음악 산업은 위기였다. 싱글 다운로드, 유튜브, 해적판 등으로 인해 CD 앨범이 사실상 멸종되면서 음악 산업의 매출은 한창 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음악 산업이 백기사를 발견했다. 바로 스트리밍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의 음악 산업 매출은 전년에 비해 13% 증가한 111억 달러(13조 2000억원)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음악 산업이 기지개를 폄에 따라 두 개의 거대 음악 회사인 워너 뮤직 그룹과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기업 공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오늘날 음악 산업은 스트리밍이 주도하고 있다. 한때 레코드나 CD 같은 물리적인 제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의존했던 음악 산업은 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듣는 소비자들에게로 옮겨갔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 조시 프리드랜더 수석부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이상 동안 침체에 빠졌던 음악산업은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 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얻는 수익은 물리적 판매와 디지털 다운로드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붐

미국의 음악 산업은 1999년 절정에 달해, 145억 달러(17조 2000억원) 이상의 국내 수익을 올렸다. 물론 대부분은 CD 판매로 발생했다. RIAA에 따르면, 당시 매출 중 CD판매가 89%를 차지했다.

2014년에 음악산업은 바닥까지 떨어지며 67억 달러(8조원)까지 추락했다. 애플의 아이튠즈 (iTunes) 등을 통한 음악 다운로드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이것이 실제 물리적 미디어(CD)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감소로 인한 기반 손실을 메우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음악산업은 2016년에 음악 스트리밍이 등장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유료 스트리밍, 광고 지원 스트리밍, 스트리밍 라디오 등과 같은 음악 스트리밍은 2009년까지만 해도 미국 음악 산업 매출의 5%에 불과했다. RIAA에 따르면 2019년에 스트리밍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음악 산업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상승세는 좀처럼 가라 앉지 않을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달 초, 유료 가입자 수가 지난해보다 30% 급증한 1억24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음악 가입자 수도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을 기록하면서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 애플도 6천만 명의 음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대학교 문화교육 종합대학 스타인하트(NYU Steinhardt)의 음악사업 프로그램 소장 래리 밀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항상 동반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트리밍은 그들이 언제든 듣고 싶을 때 모든 음악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 포맷이 시대의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1990년 대에도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할 때 모든 음악을 이용할 수 있는 ‘천상의 주크박스’(celestial jukebox)를 꿈꿨지요. 천상의 주크박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무선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했고, 스마트폰과 헤드폰 같은 기술이 발전되어야 했으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겨야 했고, 음반 회사들이 그들에게 음악을 라이선스해 주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이 음반 회사들로부터 노래와 앨범을 확보했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이 매달 음악 구독료를 지불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물리적 매체에서 CD는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최근 레코드판이 다소 성장하고 있지만, 음악 산업을 실제 주도하는 주인공은 스트리밍의 급속한 성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음악 산업의 골디락스 존

마이애미대학교 프로스트 음악대학(Frost School of Music)의 음악사업 프로그램 소장 세로나 엘튼은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을 견인하면서 워너뮤직과 유니버설뮤직 같은 회사들이 상장할 적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음악 산업은 골디락스 존(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스트리밍 매출이 높은 나라의 소비자들은 구독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현재 충분히 성숙한 상태에 있습니다."

음반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엑세스 인더스트리즈(Access Industries)가 소유하고 있는 워너 뮤직과 비벤디(Vivendi)가 소유하고 있는 유니버설 뮤직은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려 할 것이다(워너 뮤직과 AT&T의 워너 미디어와는 관련이 없다).

"한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특히 음악과 같은 매력 있는 산업에는 참여하기를 원하는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회사는 그런 잠재 구매자들에게 참여 방법을 제시할 적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스트리밍 산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서비스는 음악을 창조하는 예술가들과 작곡가들에게는 그다지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워너 뮤직이 상장 서류를 제출했고 유니버설 뮤직도 향후 3년내에 IPO를 하겠다는 계획은 음반업계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트리밍의 미래에 업계가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앞으로 음악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스트리밍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워너 뮤직은 “그렇다”고 장담한다.

워너 뮤직은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은 음악의 검색 용이성과 개인화를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편리성과 접속을 위해 돈을 지불하려는 소비자의 의지도 크게 증폭시켰다"며 "우리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소비자 채택이 여전히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낙관적 기대와 달리 스트리밍 수익이 감소한다면, 음악 산업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

"음악 산업은 그런 위협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디지털 복제에 무방비로 당했던 초기와는 달리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