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례. 출처=코로나 맵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어느새 올해 1분기의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다. 그 중 한 달 반 가량을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접하며 보냈다. 연일 발생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에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은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선 기점이었다.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가 나온 지 43일 만이다.

4일 기준 전국 코로나19 확진자는 5621명, 사망자는 35명이다. 전국 8개 시와 8개 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행정구역의 큰 분류로는 우리나라 전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이를 2단계 행정체계로 세분화한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아직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안전지대'들이 남아있다.

▲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 수 및 전체 행정구역 중 감염 미발생 구역 비율. 그래픽=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일촉즉발' 수도권 속 견고한 요새들


서울은 대구와 경북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가 큰 지역이다. 현재까지 서울시 25개 중 22개구에서 99명의 확진자가 파악됐다. 중구·용산구·강북구 경우 아직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진자의 동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활발하다는 특성과 서울시 자체의 빽빽한 인구밀집도를 고려했을 때,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는 구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기도에서는 31개 시·군 가운데 과반이 넘는 18개 구역에서 확진자 101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구역도 의정부·동두천·안산·군포·의왕·하남·안성·여주·광주·양주·연천·가평·양평 등 13곳으로 적지 않다. 도내 행정구역 전체의 42%가 코로나19의 기침을 피한 셈이다.

연천·가평·양평은 강원권 영서지방과 가까운 지역들로, 근접한 철원·홍천·횡성 역시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곳들이다. 한편 고양·부천·성남 등 서울과 맞닿아 있는 다른 도시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의정부가 아직 견고히 버티고 있다.

확진자 수가 0명인 지역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안산이다. 안산은 국내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여기에 거주하는 8만7000여명의 외국인 중 66%가 중국 동포 및 중국인이다. 그럼에도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안산시의 선제적 대응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시는 시장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지속적으로 방역을 행하는 동시에 감염병 예방수칙을 여러 외국어로 옮겨 홍보했다고 전했다.

여주와 안성 역시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은 곳이나, 인근 지역에서 꾸준히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주의 경우 이천·충주·음성·원주에 둘러싸여 있고, 안성은 평택과 인접해 있다.

인천은 10개 구·군 중 도심에 있는 부평구·미추홀구·서구·연수구에서 확진자 9명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확진자 동선이 발견되는 등 이들 4개구 외 다른 구들도 내륙에 위치한 이상 방심할 수 없다.

그러나 바닷길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강화군과 옹진군 등 섬 지역들은 지리적 특성상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보이는 모습이다. 강화·옹진에서 남하해 서해와 맞닿은 지역들 위주로 확인해보면 전북 군산을 제외하고는 확진자가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군산 빼고 서해안 따라 '무풍지대'


▲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들이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 위주로 포진해 있다. 출처=코로나 맵

서해 해안선을 따라 충남 당진부터 전남 진도·완도·고흥 등 남해 일부까지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진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 면에서도 그러하다. 주로 바닷가와 인접한 내륙 지방과 도서 지역 위주로 '코로나 무풍지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다만 남해 쪽에서는 여수를 기점으로 경남 거제·김해 등지에 코로나19의 입김이 닿았다.

▲ 충북과 충남에서 나타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동선. 출처=코로나 맵

충남 지역 감염자 수는 83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하는데, 이 중 90%인 75명이 천안 확진자다. 코로나19 감염 발생 지역은 천안·아산·계룡 3곳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없는 지역은 당진·서산·보령·태안·예산·홍성·공주·논산·청양·금산·부여·서천 12곳으로, 도내 15개 행정구역의 80%에 달한다.

특히 당진·보령·태안 등 서해 인근 지방 중심으로 확진자가 없는 모습이다. 다만 서천군 경우 장항읍이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서 군산과 마주보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군산시 확진자의 동선이 발견되기도 했다.

진천군 역시 천안·아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천안·아산으로 통근하는 근로자와 진천에 있는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천 골프장 아트밸리CC는 아산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휴장하고 방역·소독 조치한 바 있다. 밀접접촉자인 캐디 등 골프장 직원들은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반면 충북은 확진자 수가 12명으로 충남보다 훨씬 적지만, 확진자 발생 지역은 청주·충주·증평·음성·괴산 총 5곳으로 도내 시·군 11개 중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나머지 제천·보은·옥천·영동·진천·단양 6곳은 확진자 미발생 지역이다. 제천 경우 감염자가 나온 충주시와 가까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충청권 경우 천안·대전·청주 등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도시나 아산 등 수도권에 인접한 지역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이상, 대개 코로나19가 크게 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전북과 전남에서 나타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동선. 출처=코로나 맵

전북에서는 현재까지 14개 시·군 중 전주·군산·김제 3개 시에서 확진자 7명이 나왔다. 익산·정읍·남원·완주·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고창·부안 등 나머지 11개 지역, 한마디로 위쪽 군산과 아래쪽 광주 그 사이 지역은 아직 무탈하다고 볼 수 있다.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은 지역의 수로 따지면 전라북도 행정구역의 약 80%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북의 신천지 신도 조사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체 신도 13272명 중 419명이 유증상자로 이 중 333명이 음성, 1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나머지 인원 가운데 5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고, 29명은 검사가 예정돼 있다. 도는 한편 유선 전수조사 때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294명의 소재도 파악하고 있다. 즉, 약 380명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자 수가 폭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남 경우 나주·순천·여수·광양 4개 시에서 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도시당 한 명 꼴이다.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은 나머지 지역은 목포·담양·곡성·구례·고흥·보성·화순·장흥·강진·해남·영암·무안·함평·영광·장성·완도·진도·신안 총 18곳으로, 전남의 22개 행정구역 중 82%를 차지한다. 

전북과 전남은 전국 8개 도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기로는 1, 2위를 다투는 지역들이다. 도내 행정구역 중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구역도 두 곳 모두 80%의 비율이 넘는다. '전라권'으로 두 도를 합쳐도 전국에서 압도적인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미미하다.


 대구·경북 가깝지 않은 이상…


경북은 대구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지역으로 도내 대부분의 구역에서 774건의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나 경북에도 코로나19의 기침이 닿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경북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꼽히는 울진과 울릉도로,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단 두 군데다.

봉화·영양·영덕·청송 등은 확인된 감염자가 아직 1~2명에 불과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안동·영주와 가까운 지역이라 안심할 수 없다.

울진군과 울릉군은 이른바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진군 경우 지난달 24일부터 시외버스 주요 노선을 하루 181회에서 3분의 1 수준인 59회로 줄였고, 터미널 9곳에 공무원을 배치해 승객의 발열 여부와 행선지·경유지·인적사항 등을 조사케 하고 있다.

울릉군은 육지를 드나드는 여객선의 방역을 강화하고 여객선 터미널에 열감지기를 설치했다. 각종 관광시설 운영도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이탈리아를 다녀온 해당 지역 주민 30여명은 딱히 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자가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에서 나타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동선. 출처=코로나 맵

경남의 확진자 수는 경북의 약 10% 정도인 70명이지만, 역시 전국권에서 많은 수준이다. 도내 18개 시·군 중 통영·사천·의령·함안·하동·산청 6곳이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은 구역이다.

경남 지역 경우 대구·부산·김해와 근접하지 않은 이상 내륙과 산간 지방 위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의 추이 역시 이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에서 확진자가 확인되지 않은 곳은 동해·태백·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13곳이다. 지역 수로 따지면 72%가 코로나19 미발생 구역이다.

태백시와 영월군이 각각 경북 울진·충북 제천과 닿아 있지만, 경계를 맞댄 타 지역 역시 확진자 미발생 구역이라 아직은 감염 위험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앞서 서해안 쪽이 '안전지대'로 꼽힌 모습과 다르게, 동해 바로 옆에 있는 강릉·속초·삼척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점이 특징적이다. 수도권에의 접근성이 좋은 춘천과 원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