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속한 추경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세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의 여파로 국가채무비율 40%가 깨지는 등 나라살림의 부담이 커지는 대목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례적 1분기 추경

정부는 4일 예고했던 대로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경 편성을 완료했다. 5일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인 이번 추경은 이례적으로 1분기에 단행된다는 점에서 새롭다. 또 7년 만에 최대 규모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편성된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상회한다.

전체 추경 중 세출 확대분은 8조5000억원이며, 여기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 경정분 3조2000억원이 충당되는 구조다. 세출 확대분의 70%는 내수 시장 살리기에 투입되며 방역체계 보강 및 강화에 2조3000억원, 소상공인 회복지원에 2조4000억원, 경기부양에 8000억원, 민생 및 고용안전에 3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방역체계 보강 및 강화에는 코로나19 피해의료기관 손실보상 및 대출자금이 포함됐다. 소상공인 회복지원을 위해 긴급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대상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에는 임금을 4개월간 1명당 7만원씩 추가로 보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기부양 및 민생, 고용안전 등을 위해서는 대구·경북 지역에는 특별 고용안정 대책에 6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전격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격적 추경...어떨까?

여야는 불과 2월 말까지만 해도 추경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신천지 사태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커지자 여당을 중심으로 추경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을 공식화하고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추경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나아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며 코로나 3법이 통과되는 한편 관련 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며 추경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구체적인 경지부양책이 발표됐다. 신속한 예비비 집행에 이어 16조원의 경기부양책, 다음으로는 추경 편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 브리핑을 통해 1단계에 해당되는 예비비 투입과 2단계에 해당되는 16조원 투입 로드맵을 밝혔다.

3단계가 추경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정부는 국민의 민생 안정과 코로나19 사태의 조기종식, 그리고 기존 예산만으로는 대처가 어려운 여러 가지 지원소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준비 중”이라면서 “세출예산 기준으로 2015년 메르스 사태 추경예산 세출규모 6조2000억 원 규모보다 적지 않은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만나 추경에 대한 원론적인 합의를 마친 후, 정부가 4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정재계에서는 이번 추경을 두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포석이 마련됐다는 평가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가장 큰 우려는 나라살림이다.

현재 정부가 편성한 추경 재원은 지난해 한국은행 잉여금 7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등 7000억원이 우선 활용되며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추경의 88%가 나라빚이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 채무 규모는 당초 예상인 805조2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 늘어난 815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9.8%에서 41.2%로 1.4%p 증가해 경고등이 들어왔다.

추경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실제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보면 소비 진작을 위해 쿠폰을 발행하고 할인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야외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경기침체에서는 쿠폰 발행 등이 소비진작에 도움이 되겠으나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전염병 정국에도 비슷한 경기부양책을 추경으로 풀어내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나아가 전염병 정국은 최소한의 소비능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더 심한 고통을 당하고, 이들을 버티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경기부양책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추경은 최소한의 소비능력도 부족한 이들을 외면하고 기계적인 부양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제안한 재난기본소득 정책과 맥을 함께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필사적이지 않은 정부 사람들이 대책을 짜니 막대한 돈을 들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추경이 편성되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버티는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추경의 방향성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