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코로나19 우려에 저비용항공사(LCC)와 여행업계 등에서 한계 기업이 속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업계는 당장 건전성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사태의 지속 여부에 따라 연말께 손실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CC항공사 9곳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은 2207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는 513억원, 영화관 3사에는 1827억원으로 3개 피해업종에 대한 총 위험노출액은 4547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은행별로 보면 3개 피해업종에 하나은행 1266억원, KB국민은행 1003억원, 신한은행 886억원, BNK부산은행 800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순으로 많다.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중소업체들과 자영업자들까지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은행의 건전성도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증권가는 올해 은행권의 손실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여행·영화관 등 3개 피해업종 위험노출액 합계는 작년 은행권 순이익(약 16조원)의 2.8% 수준에 그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주요 피해업종들에 대한 은행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크지 않고, 자영업자 부실 가능성 등 경기 악화가 은행 충당금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효과가 1년~1년6개월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각 은행들이 선제적 또는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정책을 펼 수 있어 대손비용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20년 2월말 기준. 출처=은행연합회, 하나금융투자

시중은행들은 올초부터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적극 발행하면서 자본력도 끌어 올린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은행권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으로 분류되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9조원 이상 발행했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은행이 부실화되면 채권자의 손실 분담을 통해 은행의 복원력을 강화하고자 도입됐다. 신종자본증권(기본자본·Tier1)과 후순위채권(보완자본·Tier2)으로 분류되는데 특정요건이 발생하면 발행한 은행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바젤3 기준에서 보완적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올해 3월초 현재 우리금융이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BNK금융도 1000억원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29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KB금융은 후순위채 4000억원을 발행했다.

그러나 해외금리연계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환경까지 악화되면서 올해 전반적인 실적에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발 경기 둔화 우려와 대규모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불거진 배상 책임 이슈는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지난해처럼 상위권 은행과 달리 하위권 은행들은 경기 침체 여파가 핵심이익과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지며 부익부 빈익빈 형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