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rvana-자화상, 162.2×130.3㎝ 캔버스에 유채, 2019

‘역설경영’이라든지 ‘기업공동체’라든지 ‘과정조직이론’과 같이, 경영학의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불가능한 이념으로 보이는 ‘사이’를 모색해온 연구자 김상표가 “회화”를 건드리는 방식은 오랫동안 화가를 선망해온 아마추어의 꿈, 투사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는 회화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화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는 2차원의 평면 위에 탈-감각화된 세계를 출현시키려는, 그걸 위해 물감의 촉각적 물질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럼으로써 제도권 지식인 행세를 해온 자신이 배제하고 억압했던 이 세계의 ‘감각적 있음’에 다시 종속되려는, 말하자면 자신은 사실 주체였기에 종속이었음을 고백하면서 그 종속을 탈-종속화하려는 수행의 방편으로 회화를 사용·착취한다.

▲ 자화상, 162.2×130.3㎝ 캔버스에 유채, 2018

김상표(김상표 작가,金相杓,ARTIST KIM SANG PYO)는 그러한 자기-소진, 자기-무화의 방편으로 “한 호흡에 그리기”, “아무 생각이 없는 순간에 그리기”를 구사한다. 그는 칼로 긁건 막대기로 긋건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칠하건 극히 짧은 순간에 자신의 ‘얼굴성’을 수행한다.

△글=양효실(미학,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