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취재차 부동산 관련 업체를 방문할 때마다 지역을 불문하고 듣는 말이 있다. “정부는 시장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12·16대책’) 발표 이후, 강남 집값은 안정을 찾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16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두 달 동안 강남 3구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급매물이 나오거나 호가가 떨어졌다. 대치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거래 시장이 확실히 얼어붙었다”고 설명할 정도다.

그러자 투기수요가 경기 남부권으로 이동했다.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11·6 대책 이후로 수원·용인·성남의 집값이 들썩였다. 12·16대책 이후로는 들썩이면서 호가도 훌쩍 올랐다. 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를 보면, 수원은 지난해 11월 4일 기준 0.07% 상승에서 11월 18일 0.34%, 12월 23일 0.47%로 급등하고 올해 1월 20일 1%, 2월 10일에는 2.04%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정부는 결국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꺼내들었다. 풍선효과로 집값이 들썩이던 수원 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로 총 5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인천을 비롯해 용인과 성남 등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규제의 칼날을 벗어난 점은 의문이다. 이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로부터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올랐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원 집값이 뛰면 용인과 성남, 그리고 인천도 같이 올랐다. 인천 서구 가정동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규제가 연달아 나오면서 서울에서 투자자들이 인천으로 몰렸으며, 호가는 하룻밤 새 1억원씩 올랐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용인과 성남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어야 한다”면서 “총선 때문에 강력한 규제책을 펴지 못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는 “수원만 주 타깃으로 잡으려고 했고 안양과 의왕은 곁가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정무적인 판단’이라 평가 받는 것은 시장을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2·20대책은 12·16의 ‘스핀오프’다. 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 원인인 ‘강남권’을 잡다가 경기 남부권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니 추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예견됐던 풍선효과가 발생한 후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감정원, KB리브온 시세도 아닌 실제로 부동산에서 쓰는 중개망에 나온 자료를 살피는 것이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를 맹신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시장의 실제를 직접 봐야 한다”면서 “천안과 대전은 이미 2017년 말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뛰었다”고 역설했다.

초저금리 기조에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가 또 다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건 부동산 시장에서 유동성이 다른 쪽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결국 이번 대책에도 투자자들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정부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머물지 못하도록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