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의 AI 용광로 작동 모습. 출처=포스코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철강·조선·기계 등 이른바 ‘굴뚝 산업’이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생산 현장의 ‘스마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부가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기업들이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포스코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포스코는 AI를 통해 전통 제조 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스코, 지난해 매출·영업익 하락에도 ‘선방’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64조3668억원, 영업익은 3조86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9% 감소했고, 영업익도 같은 기간 30.2% 감소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둔화, 조선·자동차와 같은 수요산업 침체, 보호무역주의 강화, 철광석 가격 급등 등 악조건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6%를 기록했다. 철강부문만 별도로 보면 8.5%다.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이지만 글로벌 철강사들과 견줄 경우 선방했다는 평가다.

실제 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2018년 2분기 11.8%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0.8%로 수직 하락했고, 이 같은 분위기는 3분기에도 지속됐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산 철강 역시 2018년 3분기 1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3분기 와서는 4.9%로 반토막이 났다. 일본제철 또한 몇 년째 4%대 이하의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선방 이유로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함께 AI를 통한 생산방식의 혁신을 꼽는다. 

특히 포스코의 철강업에 AI를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연 눈에 띈다. AI와 같은 첨단기술의 도입이 조선·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 주목받은지 비교적 최근임에도 불구, 선제적 대응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포스코의 선제적 대응은 디지털 변혁을 통해 노후 설비의 가치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하던 것만 잘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인공지능(AI) 용광로'로 불리는 포항제철소 2고로 운전실의 모습. 이곳에서 연원료 품질 측정과 코크스 물류 분석, 고로 중부 상태 측정, 출선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출처=포스코

‘AI 용광로’로 4차 산업혁명 선제대응… 등대공장 선정 쾌거도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공장 전반에 적용한 ‘AI 용광로(고로)’는 포스코 AI 연구의 결정체로 불린다. 포스코가 보유한 세계 1~2위 단일 제철소에 스마트화를 덧입혀 강점을 극대화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의 AI 고로 연구는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시합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 당시 본격화 됐다. 포스코는 그해 용광로의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에 착수, 그간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지해 관리하던 용광로의 각종 지표를 모두 정형과하고 데이터화했다.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는 높이가 110m에 달하는 40층 아파트 수준의 거대한 설비다. 내부 온도는 최대 2300℃에 이르고 뜨거운 액체와 고체가 뒤섞여 있어 변화도 많고 예측도 쉽지 않다. 또한 24시간 연속 생산체제이기 때문에 설비를 멈추고 내부를 보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 같은 용광로의 변수들을 디지털화하는게 스마트 용광로의 첫 시작이었다.  

포스코는 여기서 축적한 빅데이터들을 가지고 2017년부터 용광로 스스로 수많은 케이스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시작했다. 그간 수동제어 해오던 용광로를 딥러닝을 통해 자동제어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알아서 변수를 제어하고, 최적의 결과값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사물인터넷도 스마트용광로의 탄생을 앞당겼다. 과거에는 투입되는 연·원료의 양, 노열 등을 작업자가 일일이 측정해야 했지만, 스마트용광로는 설비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그 작업들을 대신하고 알아서 데이터화한다. 

그 결과 포스코의 포항 2고로는 ‘AI 용광로’라고 불릴 만큼 인공지능 수준의 자체 제어와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AI 기술을 적용한 이후 개선효과는 뚜렷했다. 포스코 포항 2고로의 쇳물 생산량은 기존 대비 하루 240톤가량 증가해, 연간 약 8만5000톤을 추가로 생산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승용차를 연간 8만5000대 더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연료투입량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 고로’ 적용으로 노황을 자동제어 해 고로의 이상이 발생치 않도록 노황 불량 제로화를 구현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스마트화를 단행해 2500억원의 원가절감 성과를 이뤘다. 이로부터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뽑은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한국 기업 최초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포스코의 스마트 제철소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포스코는 약 3년에 걸쳐 딥러닝을 활용한 고로 부위별 자동제어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통합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향후 포스코는 2고로(내용적 2,550㎥)보다 사이즈가 큰 3,4고로(각 5600㎥)에도 적용시켜 성과 창출을 가속화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실험을 두고 기대감이 크다. 일반적인 제조업 현장의 ICT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 증대는 물론 업의 재정의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수준 이상의 비전'을 노리는 시도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