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네 단골 미용실을 갔다. 안에는 불이 켜져 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미용사가 나온다. “왜 문을 잠궈 놨느냐?”고 물으니 “이번 주부터 예약한 사람들만 한 사람씩 하고, 안에 손님이 있을 때는 잠군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이다.

“그렇게 해도 운영이 되느냐?”고 했더니 “상권 자체가 70~80%가 단골이라 가능한 방법”이라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 미용실은 혼자 하는 소위 자영업이라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규모가 크거나 가맹점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요즘에는 하루에 다섯 명 받기도 어렵다고들 한다.

요즘은 특별한 경우니까 그렇다 치고, 앞으로 미용실 전망은 어떨까?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에는 미용실과 이발소를 합쳐 약 36만 개가 있다. 20년 전에 비해 1.2배 많아졌다. 다른 업종에 비해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2008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체로 약진한 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녹치 않다. 일본에서 미용사 붐을 일으켰던 가장 잘나간다는 미용실 ‘HAIR DIMENSION’이 2017년, 파산했다. 단골손님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많아서 누구도 파산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와 고령화, 그리고 임대료 상승이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 오르는 인건비 대비 서비스료는 올리지 못한다. 실제로 객단가는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20%나 낮아졌다. 하지만 임대료는 매년 꾸준히 올랐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의 이발기간이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 이.미용실 숫자는 줄지 않았는데 고객 수만 줄었기 때문에 당연히 출혈경쟁이 심하다.

그다지 돈을 벌지 못함에도 미용실을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용은 정기적으로 해야 하고, 원가가 10% 내외로 낮기 때문에 웬만하면 큰 손실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를 보면 개인 미용실은 일평균 내점 고객이 평일은 10명, 주말에는 15명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중위값 이하의 미용실은 일 평균 5명 이하로 상당히 저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 게 미용기술”이어서 딱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타난 트렌드가 ‘찾아가는 미용서비스’다. 미용실을 오지 못하는 노인이 대상이다. 미용실은 관련 법률에 의해 원칙적으로 점포 이외의 서비스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노인은 미용실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방문서비스를 인정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요양시설에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8년,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8.1%(여성 31.0%), 75세 이상 14.2%(여성 16.8%)가 되자 이를 허가한 것이다. 요양 간호를 위한 방문 이.미용 서비스는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비교적 쉽게 개업할 수 있도록 했다. 10분에 1,000엔으로 전국에 가맹점을 둔 ‘QB하우스’는 선도브랜드 중 하나다.

문제는 미용사 확보다. 비정기적으로 일해야 해서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 그래서 휴면자격증 소지자를 활용한다. 일본에 이발사 자격증 소지자는 60만 명, 미용사는 123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약 72만 명이 휴면 자격자들이다. 바로 이들을 채용해서 운영할 수 있다. 대체로 몸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최신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다 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여율이 높다. 노인대상 개인미용실 허가조건이 완화되다보니 무점포 미용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 미용실은 어떤가? KB국민은행의 빅데이터를 보면 2019년 말 현재, 7만9,000여개의 미용실이 있다. 하지만 전국 평균 매출은 940만원에 불과하다. 미용실보다 투자를 적게 하거나 샵인샵 영업비중이 높은 네일케어점이 평균 800만원을 올리는 걸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이 필요한 시스템인 듯싶다. 다만 개인이 프리랜서를 모집해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서 미용협동조합으로 전개하거나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 도전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