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이 2018년 군산공장 폐쇄의 여파로 나타난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한국지엠에 복직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도급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한국지엠이 타사 직원 출신인 이들의 고용에 관해 책임질 법적 근거는 없지만 비정규직 출신 근로자들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한국지엠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현재 한국지엠과 여러 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원고인은 한국지엠 앞서 부평·창원·군산공장에서 정규직 직원과 사실상 한국지엠 관리 측의 관리감독 하에 같은 장소에서 동등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인 한국지엠은 도급법을 준수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원고와 대치하고 있다.

한국지엠 입장에선 완성차 업계 내 암묵적인 하도급 관행에 따라 행해왔던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 만의 일이 아니다’며 억울할 수 있다. 그간 도급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원청업체 직원으로부터 업무나 근무 일정 등에 대해 구두로 일종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등 간섭받기도 했다. 지엠 본사의 공장 폐쇄 결정으로 고용 지속 여부가 불확실해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간 묵과했던 하도급 관행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현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법 테두리 안에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각자 역할을 수행해온 원청업체와 도급업체 양측은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제도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주체들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긴 어렵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경직된 고용 제도와 수요 침체로 신음하는 완성차 업계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완성차 업체나 부품 협력사들도 기존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내거나 신차를 출시하지 않는 한 공장을 무작정 돌려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노릇이다.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비정규직 근로자를 돕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 제3자의 직접·간접적인 도움을 요청하는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리고 이 방안에 대한 추진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소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보단 대규모 법인인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작년 11월 군산공장 출신 무급휴직자 298명을 부평 공장에 복직시킴으로써 정규직 복직 문제를 대부분 매듭지었다. 이젠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해서도 냉철한 이성적 판단 대신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듬어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봄직 하다.

꼭 자력을 바탕으로 한 해결책을 찾으라는 뜻이 아니다. 지자체에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책에 대한 예산 책정을 건의하는 방법을 구상할 수 있다. 이달 종료되는 ‘자동차 산업 퇴직 인력 전환 교육 및 재취업 지원 사업’의 기간을 연장하도록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방안도 있다. 한국지엠은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시장에 어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식구였던 비정규직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행동에 나서는 걸 고민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