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시기를 알 수 없는 2020년 중국 전인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까지 연기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운이 걸릴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2월 24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제13기 전인대 제3차 회의 개최를 연기한다”고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요한 것은 올해 전인대 회의를 언제 열 것인지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 개최 시점이 언제인지 확언할 수 없다는 말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결될지 중국 정부도 모른다는 뜻이다. 독감의 일종인 코로나19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민반응이란 냉소도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중국 상황은 상상 이상의 상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 종결되려면, 마지막 확진자 보고 이후 14일 이후로 새로운 확진자가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세간의 냉소처럼, 코로나19가 독감의 일종이라면 완전 종결은 불가능하다. 보고 안 된 확진자가 전염사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치사율 2%는 일반 독감 수준이라고 코로나19의 위력을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0,000명의 2%와 1,000,000의 2%는 차원이 다르다. 그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의 방역은 문제가 없어지고, 확진자들에 대한 사후 처리가 문제가 된다.

 

침체가 예상되는 중국 경제

전인대의 중요성은 중국 정부의 한 해 국가 주요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치도 공개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중국 정부는 2020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6%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정부는 상반기 중으로 개최할 예정인 듯하다. 그렇게 되면, 2020년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2020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 6%는 하향 조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 상반기가 지났으므로, 3% 하향 조정을 고려해볼 상황이다.

그러나 전인대가 상반기 안에 열렸을 때, 그나마도 가능한 일이다. 만약 전인대가 6월 이후에 개최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전인대가 개최되지 못할 정도라면, 상반기 중국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하반기 중국 경제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정부 계획처럼 기계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6개월 영업을 못 하니까, 6%가 3%로 수치적으로 반분해서 하향 조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산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경제 동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를 강력히 요청한다. 그러나 실제 기업 현장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근로자들의 업무 복귀를 위한 근무 환경 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스크, 손 세정제 마련부터 쉽지 않다.

 

2020년 중국 경제가 중요한 이유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79년 이후,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해왔다. 중국의 이런 경제 발전 속도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개혁개방 40년만인 2020년, 중국은 미국과 세계 경제 패권을 다툴 만큼 거대한 국가로 성장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사회, 문화, 예술, 학술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했고,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중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G2 국가로 거듭난 중국이었다.

이런 중국에게 2020년은 중요한 해이다. 장쩌민 국가주석이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던 해가 바로 2020년이기 때문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이어질 동안 이 약속 계속 지켜졌다.

샤오캉은 의식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 비교적 잘사는 중산층 사회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샤오캉 사회의 진입을 1인당 GDP 10,000달러 수준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2019년에 실제로 1인당 GDP 10,275달러를 달성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그 동력을 바탕으로 2020년을 맞고, 중국 샤오캉 사회 진입을 선포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1921년 ‘붉은 대륙의 아버지’ 마오쩌뚱이 중국 공산당을 창설한 100년 만인 2021년, 중국 공산주의 혁명은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마오쩌뚱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코로나19는 단순한 호흡기 감염질환이 아니라, 중국이 진정으로 샤오캉 사회로 진입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이다. 지금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일 시간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위기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다. 종신 집권을 자임하면서, 신중국 건설을 다짐한 시진핑 주석.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할 경제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야 한다. 집단지도체제라고 말하는 중국도 결국 지도자 1인이 결단하는 사회이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크게 3가지. 기업과 개인의 과도한 부채, 부실은행 문제, 빈부격차 심화이다. 이 3가지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묶여 있다. 개혁개방의 수혜자들에게 특혜가 주어져 부동산 문제 등을 불러일으켰고, 소외자들이 반발한다는 사실.

경제 성장률이 금리보다 낮고, 소득 증가율이 이자 상환율보다 낮으면, 경제 위기가 찾아온다. 현재 중국의 금리는 5% 수준. 2020년에 달성 목표였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 6%는 상반기의 기업 셧다운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대도시에는 현재 70%의 담보대출로 구입한 6,500만 채 이상의 공실 아파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상승을 기대하고 공실을 감내하는 대도시 아파트 구매자들은 대부분 개혁개방의 수혜자들이다. 경제 위기는 수혜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자가 격리 상태 우한뿐 아니라, 주요 발병 지역 경제활동은 멈춘 지 오래. 생활비가 문제인 지금, 아파트 대출금 납부는 꿈도 못 꾼다. 부동산 위기부터 올 수 있다.

자영업 종사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인내의 한계는 최대 3개월. 기업들이 견뎌낼 수 있는 마지노선은 최장 6개월. 코로나19 사태가 4월을 넘기면,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6월을 넘어가면 기업이 위태롭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