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경영자라고 부리며 GE를 성장시켰지만 그가 사들인 사업부의 대부분은 매각되었다.    출처= Fox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한 때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였던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전성 시대를 20년 동안 이끌었던 잭 웰치 전 GE CEO가 1일 84세로 영면했다고 CNN등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 받는 잭 웰치가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웰치는 1960년 GE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46세였던 1981년 CEO가 된 이후 2001년 은퇴할 때까지 GE를 이끌었다.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도 셀 수 없이 많다. 포춘지는 ‘세기의 경영자’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으로 호칭했다. NYT는 웰치가 은퇴했을 때  “그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였다.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만들어낸 것이 그의 가장 큰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래리 컬프 GE CEO는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은 GE 가족 모두에게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잭은 반세기 동안 GE의 전설이자 심장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회사뿐 만 아니라 미국 재계 전체의 면모를 일신했습니다. 나는 잭과 힘께 일한 적은 없지만, 그는 언제나 내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웰치는 20년 간의 CEO 재임 기간 동안 GE의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했고 재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GE의 시가 총액은 140억 달러에서 무려 30배 가까운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초에 웰치를 가르쳤던 예일대 최고경영자 리더십연구소의 설립자 제프 소넨펠트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는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매우 집중해 있었다"고 회고했다.

소넨펠트 교수는 웰치가 GE라는 회사를 완전히 환골탈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명암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웰치는 1986년 NBC가 보유하고 있던 전자회사 RCA 인수를 직접 지휘했지만, GE는 이 사업을 2013년 컴캐스트(CMCSA)에 매각했다. 웰치는 또 세계 최대 은행을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GE 캐피털을 설립하며 금융 서비스 부문에 용감 무쌍하게 진출했다. 그러나 GE 캐피탈은 2008년 금융위기에 붕괴되기 시작해 GE의 나머지 사업부의 동반 부실을 초래했다.

▲ 재계 전설인 젝 월치 GE 전 회장 겸 CEO가 세상을 떠났다. ‘뉴 트론 잭’ 같은 기업 지도자는 없다. 그는 나의 친구였고 후원자였다. 우리는 함께 멋진 거래를 했다. 그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멋진 아내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소넨펠트 교수는 "GE는 온갖 종류의 과자가 모두 들어있는 과자 항아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GE를 보고 많은 유럽 거대 산업체들이 주의를 딴 데로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지요.”

웰치는 이른 바 ‘식스 시그마’(Six Sigma)라고 알려진 경영 이론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이 이론은 회사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장에서 리더가 아니라면 비록 2위인 사업체라도 개혁, 매각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사업부 경영자에 순위를 매기고, 하위권 경영자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웰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부를 없애고 그 경영자들을 모두 해고함으로써 피도 눈물도 없는 ‘중성자탄’(Neutron Jack)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소넨펠드 교수에 따르면, 웰치는 1981년 CEO로 취임한 지 1년 만에 100개에 가까운 사업부를 매각했거나 폐쇄했다.

소넨펠트는 그가 GE에서 처음 한 일은 GE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던 1976년 광산회사 유타 인터내셔널(Utah International)과의 합병 건이었다. 20억 달러 규모에 달했던 이 합병은      당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합병이었다.

웰치는 또 CEO 시절, 특정 손익을 발표할 때 결과를 무마하기 위해 수익을 조작하거나 관리했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웰치 CEO 시절 내내, GE는 외부 경제 요인으로 경쟁사들은 타격을 받았다고 보고할 때에도, 늘 목표를 충족했거나 초과 달성한 수익 증가만을 보고했다.

GE는 결국 2009년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하게 수익을 조작했다는 소송에 직면했다. 회사는 5천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진상은 웰치가 회사를 떠난 후에 보고되었다.

웰치는 미국 노동부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공식 일자리 보고서의 수치를 조작했다며 노동부를 고소했다. 나중에 일자리 보고서 조작에 관한 의혹 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고 시인함으로써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GE는 최근 몇 년 동안 웰치가 가져온 많은 사업들을 정리하고 직원 수를 10만 명 이상 직원을 줄이면서 힘겨운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배당금을 주당 1페니로 줄였기 때문에 회사의 주가는 한창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다. 그러나 현 컬프 CEO가 진행하고 있는 대대적 개혁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