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에서 시민이 제한된 수량의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출처=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박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고강도 마스크 수급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 유통 업체들이 정부의 규제 테두리를 벗어나 활개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은 오픈마켓을 통해 마스크를 판매해 전반적인 소비자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쿠팡, 11번가, 위메프 등 오픈마켓에 따르면 KF94 마스크는 장당 4000~6000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정책으로 내놓은 가격(장당 1000~1500원)보다 3~6배 가량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마켓에는 중국 업체까지 몰리면서 마스크 가격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다.


中 업체들의 韓 마스크 시장 교란 행위


▲ 오픈마켓에서 중국 유통 업체가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쿠팡 갈무리

쿠팡에서 등록돼 있는 중국 A업체는 KF94 마스크 5장을 3만2800원에 판매 중이다. 장당 6560원 꼴이다. A업체는 KF94 마스크 이외에도 중국산 KN95 5개를 27800원, 장당 556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벌크형 덴탈마스크를 50매에 7만5000원에 등록한 상태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해 마스크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토록 하는 강제조치와 함께 매점매석 단속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A업체가 판매하는 KF94 마스크는 경기도 평택시에서 생산하는 한국산 제품이다. A업체는 오픈마켓에 중국산 마스크와 한국산 마스크를 섞어 판매하는 점을 미뤄보아 매점매석한 물량을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업체는 사업장이 소재지가 홍콩으로 돼 있으며, 사실상 정부가 발동한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같은 오픈마켓에 등록된 중국 B업체는 가짜 KF94 마스크를 20장당 8만200원에 판매 중이다. B업체가 등록한 KF94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제품정보 검색에서 나오지도 않는 제품으로, KF94를 인증이 아닌 브랜드로 눈속임한 것이다. B업체의 사업장 소재지는 중국 선전시로 돼 있다.

중국 C업체 역시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10장들이 마스크를 KF94로 표기해 6만원에 판매 중이다. 중국 항저우에 사업장이 위치한 C업체는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식약처에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처 의약품 제품정보에 등록된 제품이 없었다. 게다가 이 업체는 빗발치는 항의 후기와 문의 글에 대해 오히려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하지만 정책 역행하는 오픈마켓


▲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출처=박재성 기자

오픈마켓은 다수의 유통 업체가 경쟁으로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제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때만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은 국내 마스크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했다.

정부는 하루하루 치솟는 마스크 가격과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수급 문제로 지난달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이어, 지난 2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중앙지검까지 동원돼 유통교란 행위를 단속 중이다. 그러나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 소재의 유통 업체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사실상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수뿐이다.

특히 앞선 중국 업체들의 난립으로 일부 국내 유통 업체들까지 마스크 가격 상승에 휩쓸리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다수의 국내 유통 업체들은 마스크 가격을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7~8배 가량 상승한 3000~4000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또 중국 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판매 가격을 올리면 국내 업체가 뒤따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오픈마켓의 편리함 역시 마스크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정부가 마련한 공적 판매처를 통한 마스크 구매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2~3시간 가량 줄을 서서 제한된 수량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에도 노출된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기다릴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감염에 대한 위험성도 낮춰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구매처다.

<이코노믹리뷰>와 통화한 e커머스 담당자는 “오픈마켓은 저가 영역에서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을 벌인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ASP(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하더라도 대량의 수요를 통한 이익을 제고하게 된다”라며 “현재 마스크와 같은 현상은 오픈마켓의 자정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자체적인 자정기능 마련 시급...제도적 장치도 미흡


▲ 1인당 구매 개수가 제한된 공적마스크를 구매한 시민. 출처=박재성 기자

또 다른 문제점은 특수한 상황을 상정하지 않은 온라인 쇼핑 운영 규제다.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국내 각 오픈마켓들의 입점 규정에는 판매자가 폭리를 취할 의도로 가격을 정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크게 관계가 없으나 최근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닥칠 때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개별 판매자들은 현재의 느슨한 규제를 충분히 악용할 수 있다. 정부가 국가적 위기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때의 판매자 규정을 정해두지 않아, 실제 코로나19 확산 초기 오픈마켓의 일부 악덕 판매자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많은 피해를 봤다.

판매자의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간소한 절차만 거치면 개별 판매자로 입점을 허가하는 국내 각 오픈마켓의 느슨한 체계도 문제다.

온라인 쇼핑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아마존의 경우 각 판매자들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며, 물의를 일으킨 판매자의 상품은 온갖 불이익을 주거나 등록 자체를 막아버리는 식으로 강경하게 대응한다”라면서 “우리나라 오픈마켓들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외 사업자들의 난립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오픈마켓 A사의 관계자는 “국내의 거의 모든 오픈마켓 입점 계약 조건에는 개별 입점 판매자들의 자유로운 판매 행위에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물의를 일으키는 판매자들이 있더라도 그들을 플랫폼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면서 “부정하게 폭리를 취하는 판매자 몇 명을 매일,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해당 상품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업체를 막론하고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