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혼돈속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홍근 의원실이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모빌리티 업계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홍이 아닌 진지한 논의’라는 반론이 나오지만, 현 상황에서는 내홍이 맞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는 타다 금지와 함께 플랫폼 택시 법제화 측면의 고려와, 모빌리티 업계의 투자를 둘러싼 양측의 힘 겨루기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강렬한 택시사랑의 여파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바로 타다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과, 플랫폼 택시의 명확한 법제화다. 여론은 주로 전자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나 후자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나온 후 많은 기업들이 이에 맞춰 다양한 사업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이 타다를 금지하는 것과, 플랫폼 택시 법제화라는 두 가지 내용을 모두 담고있어 벌어진다. 정부가 모빌리티 혁명을 준비하며 ‘택시업계와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세웠기 때문에 개정안에 타다 죽이기와 택시에 대한 모빌리티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헌신이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은 택시집회 과정에서 처음 대중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타다는 서비스 불법성을 가리는 재판에서 1심 무죄를 받았고, 타다는 이와 별도로 4월 독립법인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서 개정안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법원의 1심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통과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고 기본이 택시회사에서 출발한 KST모빌리티가 25일 조속한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국토부의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통과를 위한 ‘의원 설득작전’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타다 1심 무죄와 관련이 있다. 타다 1심 무죄로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통과도 동력을 일부 상실했으나, 오히려 타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기존 모빌리티 기업들을 자극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KST모빌리티 및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 불법성 이슈가 있는 타다의 모델을 ‘할 수 없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인 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가 택시와의 협력보다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토부의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택시와 협력하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어려운 길을 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타다가 1심 무죄를 받으니 충격이 큰 것도 당연하다.

그런 이유로 KST모빌리티는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 위모빌리티, 벅시, 벅시부산, 코나투스, 티원모빌리티 등 7개 모빌리티 기업은 지난달 27일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성명서의 내용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다.

사실 카카오 모빌리티의 경우 타다 1심 무죄가 나온 상태에서 ‘타다 비즈니스인 기사 포함 렌터카 대여에 진출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타다가 무죄를 받은 가운데 굳이 어려운 택시와의 협업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의 본 마음은 지난달 27일 공동 성명서에서 드러났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정부의 지침을 거스를 생각이 없으며, 일단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구축해 택시와의 느리지만 확실한 동맹으로 가닥이 잡혔다.

내부분열

KST모빌리티는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 위모빌리티, 벅시, 벅시부산, 코나투스, 티원모빌리티 등 7개 모빌리티의 지난달 27일 성명서의 핵심 내용은 2월 임시국회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은 “20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 시점에 국회가 법 개정을 미뤄 법안을 폐기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믿고 신뢰하며 동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는 모빌리티 기업과 그 기업의 이용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국회의 직무태만일 것”이라면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 시민단체 및 모빌리티 전문가들이 수십 차례의 회의와 논쟁을 거치며 어렵게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기업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여 서비스를 한다. 지난해 3월 국회, 정부,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사회적 대타협 이후 국토교통부는 7월에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기반한 여객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리고 모빌리티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사업을 준비하였다”면서 “그런데 만일 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준비한 모빌리티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성명서가 발표된 후의 반응이다. 여론과 언론은 이를 두고 ‘타다 이슈를 둘러싼 내홍’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성명서에 ‘내홍설’에 무게가 실리도록 하는 표현도 있다. “여객법 개정안을 반혁신 입법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특정 서비스 금지법이라는 명칭되어 마치 규제 입법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 개정안은 상생 입법이고 개혁 입법”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타다 금지법 및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을 은연중에 비판한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성명서 발표 후 모빌리티 기업의 ‘내홍’ 혹은 ‘내분’이라는 비판이 심해지자 7개 모빌리티 기업은 3일 재차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입장이 ‘모빌리티 업계의 내분’ 또는 ‘택시 기반 플랫폼들만의 입장’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표한다”면서 “본 법안이 ‘타다 금지법’이라는 별칭으로 덧씌워지면서 법안의 본래 취지와 실질적 내용보다 특정 기업과의 갈등만 부각되는 점 또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된 이후 택시업계,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 전문가 그룹과 소비자 단체까지 참여한 실무기구가 출범했으며, 법안 준비를 위한 회의가 수차례 개최되었다”면서 “해당 실무기구에는 타다 역시 관련업계를 대표하여 참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타다를 멈춰 세우기 위함이 아니다”면서 “(개정안을) 모호하게 방치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t 벤티. 출처=카카오

내부분열 맞다...‘다만’

KST모빌리티는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 위모빌리티, 벅시, 벅시부산, 코나투스, 티원모빌리티 등 7개 모빌리티 기업이 지난달 27일 성명을 발표한 후 모빌리티 업계의 내홍설이 나돌자 3일 재차 성명을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현 상황에서 내홍설은 사실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한다는 것 자체가, 곧 타다 금지법의 명문화를 의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 타다와 타다 외 모빌리티 기업들은 서있는 장소가 다르다.

지난달 27일 성명서의 일부 표현도 마찬가지지만, 3일 성명서 내용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7개 모빌리티 기업은 자기들의 주장이 편가르기, 내홍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중요하고 극적인 지점은 ‘자기들 편리한대로 각색’했다. 성명에는 “실무기구가 출범했으며, 법안 준비를 위한 회의가 수차례 개최되었다. 해당 실무기구에는 타다 역시 관련업계를 대표하여 참여한 바 있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에서 완벽히 만족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반걸음씩 양보하여 한국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정의하고 다양성을 보장하는 포괄적이며 상징적인 본 법안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당시 실무기구에 타다의 참여 여부를 두고 타다는 물론 택시업계의 신경전이 치열했고, 반걸음씩 양보는커녕 사실상 실무기구의 타다 퇴출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성명은 ‘모두가 각자의 사정에서 완벽히 만족하지 못했지만’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실제 벌어진 첨예한 대립을 흐트렸다.

성명에 나오는 “실무기구 참여기업으로서 타다 역시 1유형 사업자로의 전환을 통해 지금과 같은 서비스는 물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보다 다채로운 서비스를 보다 확실한 법적 토대 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택시와의 제대로 된 협업도 시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여금과 총량제한 등의 세부 규정은 애초 본 법안에 담을 수도 없었던 바 향후 시행령 등을 통해 충분히 조율할 수 있으며, 실제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기여금의 수준과 총량 등에 대해 유연하게 정책 조율을 할 것이라고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는 말도 눈길을 끈다. 이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는 수준이라, 타다의 입장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은 낮다. 이 사실은 타다도 알고, 7개 모빌리티 기업도 알 가능성이 높다.

“타다 관련 기소가 최종심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렌터카로 운송서비스를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여전히 취약한 법적 근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타다 비판이다.

사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타다와 타다 외 진영을 갈라진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타다 아웃 택시기사 야외집회’ 에서 기사들의 타다에 대한 저주가 빗발치는 가운데, 현장에는 타다를 제외한 모든 모빌리티 기업들도 참여한 바 있다. 최근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처음으로 발표한, 본업이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는 당시 무대에도 올라 마이크까지 잡은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당시 집회에서 마이크까지 잡았던 KST모빌리티를 시작으로 7개 모빌리티 기업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내분’이며 ‘내홍’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7개 모빌리티 기업들이 성명을 발표한 3일, 타다도 호소문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은 점이 중요하다. 타다는 “타다금지법의 졸속입법을 막아주십시오”라면서 “타다는 합법 서비스라는 명확한 법원의 판결이다. 타다는 국민 안전과 국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력하고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두 진영의 싸움에서 비롯된다.

▲ 택시업계의 우중집회가 벌어진다. 사진=최진홍 기자

“투자때문?”

타다 1심 무죄 판결이 나오고, 7개 모빌리티 기업들은 2월 임시국회서 개정안의 발표를 촉구하면서도 이러한 행보가 타다와의 충돌로 비쳐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러나 이미 양측의 충돌은 꽤 오래전부터, 지난해 4월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당시부터 벌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의 충돌 원인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개정안에 포함된 플랫폼 택시 법제화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타다 금지 내용이 들어갔지만, 전체 모빌리티 업계 입장에서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의 법제화라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 7개 모빌리티 기업도 강조했지만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개정안에 함께 들어간 타다 금지 내용이 함께 거론되며 충돌이 벌어지는 셈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투자로 보인다. 타다는 4월 독립법인 출범과 함께 단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 천명한 바 있다. 이는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재앙이다.

7개 모빌리티 기업들의 성명에도 이와 관련된 초조함이 배어난다.

이들은 “투자자는 현재와 같은 모빌리티 환경에 확신이 없다”면서 “어떤 투자자도 최소한의 규제환경에 대한 확인 없이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어느 한쪽이 아닌 모두를 포괄하는 법안이다. 모든 기업을 포괄하는 룰이 정해지고 나면 비로소 경쟁환경이 조성되고, 소비자 편익으로 돌아갈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 투자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개정안 통과로 투자자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