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권유승 기자] 현대카드는 2003년 시장점유율이 1.3%에 불과했지만, 정태영 부회장 취임 이후 점유율이 2017년 13.1%까지 상승하는 등 최근 10년 동안 카드업계 빅3를 유지해왔다. 또 혁신적인 광고와 카드디자인, 문화마케팅으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브랜드 파워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경영환경 악화로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영업력도 약화됐다. 현대차라는 모기업과의 안정적 수입원 속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지만, 수익성 악화로 빅3 재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드업 부진...KB국민카드에 점유율도 역전

현대카드는 본업인 카드수익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카드수익비중은 48.30%로 2017년말(57.30%) 대비 9% 하락했다.

가장 큰 매출 부문인 카드수익이 낮아지면서 2018년말 결국 시장점유율에서 KB국민카드에 추월당했다. 2018년말 기준 카드점유율(카드이용실적)은 현대카드가 12.9%, KB국민카드가 13.2%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졌던 신한, 삼성, 현대카드 빅3 체제도 신한, 삼성, KB국민카드로 개편됐다.

지난해 2분기까지 카드이용실적에서도 현대카드는 49조9891억원으로 KB국민카드(54조7488억원)에 못미쳐 2년 연속 KB국민카드에 3위 자리를 내어줄 전망이다.

시장점유율 하락 배경은 영업력 약화에 있다. 현대카드는 경영난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지난 2018년 대규모로 인력과 지점을 감축했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2017년 전체 직원수는 2444명이었지만 2018년 1943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20%에 달하는 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9년 3분기말 기준 직원수도 1908명으로 구조조정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2017년 116개에 달했던 지점도 2018년 67개로 절반이 사라졌다. 지난해 3분기말 지점수는 54개로 불과하다.

현대카드의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률도 2015년 3.8%에서 2016년 3.6%, 2017년 3.3%, 2018년 3.0%, 지난해 상반기엔 2.8%까지 하락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카드 이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비용절감으로 순이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영업력 약화로 시장점유율 하락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와 성장…고통도 분담 

현대카드는 선포인트 결제 등 계열사와의 연계영업을 통해 현대·기아차 구매고객을 신규 회원으로 유치하고 차별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영업기반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주력사업인 카드론, 자동차 멤버십 카드, 자동차 할부리스 등은 상당부분 계열사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의 내부거래 수익은 1551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등급 하향 조정했다.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능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신용등급 하락은 이자수익(카드론 등) 비중이 높은 현대카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3분기말 차입부채 규모는 11조원으로 금리가 0.0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이 10억원이 늘어날 수 있다.

증시 입성도 미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고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실제 공모 진행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영 부회장도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IPO를 2021년까지 연기하길 바란다"고 말해 IPO에 대한 의지도 약한 상황이다.

우수한 자산건전성·유동성 강점

현대카드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전업계 카드사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체 60일 이상 채권을 주기적으로 현대캐피탈에 매각하고 있으며,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리스크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신용위험을 낮은 수준에서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실질연체채권 대비 277.2%를 충당금으로 설정하고 있어 자기자본 규모 등을 고려할때, 손실흡수능력도 우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비율이 19.4%로 상승했다. 다만 한기평은 "신종자본증권으로 레버리지를 낮춰 질적 구성이 다소 열위하고 결제부문의 수익성 저하와 카드대출 부문 확대를 통한 수익성 보완전략을 감안할 때 레버리지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출처=금감원 공시시스템

유동성도 풍부한 편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총 2조7881억원의 즉시 가용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90일 이내 만기도래 차입부채인 1조369억원의 268.9% 수준으로 우수한 유동성 현황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환경의 일시적 변화에도 안정적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기평은 "결제부문의 채산성 저하와 함께 대출업무 관련 규제 강화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 속에서 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성장을 직접 제한하는 대출 성장 규제 등도 수익성측면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환경 하에서 신규 조달금리가 평균 조달금리 이하로 하락하고 대손율도 내려가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