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rvana-보컬, 162.2×130.3㎝ 캔버스에 유채, 2019

예술의 몸은 예(藝)가 본래 뜻하는 ‘심다·기예·궁극’의 생태적[심다], 창조적[기예], 철학적[궁극] 환(幻)의 술수(術數)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미학적 화두로 이뤄져 있다. 그런 맥락에서 예술이란 ‘예’의 생태성, 창조성, 철학성이 ‘술수’로 드러나는 실체적 환(幻)이라고 할 수 있다. 술수와 환의 사유는 도교의 방술[方術:방사(方士)가 행하는 신선의 술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옛 중국에서는 선인(仙人), 방사, 술사를 모두 진인(眞人)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서구 모더니즘의 유입으로 동아시아의 예술은 ‘예’만 강조하고 ‘술/술수’는 괴이하게 생각하거나 미신 따위로 몰아버리는 그러니까 유물론으로서 ‘작품’이라는 ‘예’의 물성에 사로잡힌 꼴이 되었다.

▲ 자화상, 72.7×60.6㎝ 캔버스에 유채, 2019

초현실과 비현실의 샤먼 미학은 완전히 저급하고 저속한 것 따위의 문화로 치부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술’ 없이 어떻게 작품의 판타지가 가능하고 영적 교감이 가능할 것인가? 김상표(김상표 작가,金相杓, ARTIST KIM SANG PYO)의 회화는 환(幻)의 술수(術數)로 가득하다. 물성 너머의 판타지를 보아야 한다.

“물성을 통제한 후부터는 내 안의 자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어요. 얘네들이 튀어나오면서부터 제가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뭐라 할까? 아름다움에 의해서 인간이 치유되고 구원될 수 있다는 것, 예술과 종교가 하나 될 수 있다는 것, 예술철학을 공부할 때 어려웠던 테제들이 체험적으로 이해가 됐어요.”

△글=김종길(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