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정부는 수도권 풍선효과를 타깃으로 한 2.20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단행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만으로 가격 상승 억제가 불가능하다고 본 정부는 조정지역 내의 주택담보대출 비율도 조정하는 강수도 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수원시 권선구 등의 3개구와 안양, 의왕 만안구까지 확대됐다. 대책 2주가 막 지난 시점이지만 적어도 수원 등 일부 지역에는 2.20 대책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 하다. 신축은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대신 상승 지역의 구축 아파트 등이 다시 움찔하는 등 좀처럼 상승세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경기도 성남시 등 규제지역에서 이미 목격된 전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호재 등이 있는 곳은 단순히 규제 지역이 되는 것만으로는 억제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규제지역이라는 낙인 효과로 인해 해당 지역이 가격 상승 지역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도 나온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이외에도 수도권의 공급 확대 등 지속적이고 거시적인 대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정대상 따라 풍선도 확대


▲ 화서역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조정대상지역은 지난 2016년 11월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 과천, 남양주, 성남, 동탄2, 하남이 지정된 후 이번 2.20 대책까지 수도권 특히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6월에는 광명, 2018년 8월 안양 동안구와 광교, 같은 해 12월에는 수원 팔달구와 용인의 수지구, 기흥구 등으로 조정대상지역은 지속적으로 그 지역을 늘렸다.

2일부터는 정부가 예정했던 대로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이 기존의 60%에서 50%로 낮아 진다.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9억원 초과분에 추가로 더욱 낮은 30%의 LTV 비율도 적용된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원 영통구, 권선구, 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 등 지역의 상승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20 대책이 반영된 2월 24일 기준 한국감정원 주간 동향에 의하면 수원(1.81% → 1.56%)과 안양(0.44% → 0.41%)의 경우 상승폭은 실제 일부 축소됐다. 그러나 수원 권선구는 1.58%, 영통구는 1.54%로 계속해서 상승폭을 올리고 있다. 의왕시 역시 0.51%, 상승폭이 다소 둔화된 안양도 만안구의 경우는 0.44%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문제는 조정지역확대가 풍선효과의 확대 역시 동반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 2018년 12월 조정대상 지역 지정된 이후에도 수원의 다른 지역과 용인, 성남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교통·정비사업 호재 지역, 규제 역부족


▲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성남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단위=천원

이미 2016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성남의 경우, 수정구·중원구 등의 구도심 지역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84㎡의 매매가격이 6억5000만원을 넘어선 중원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인근 부동산 업자는 2016년 규제만으로는 해당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투자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건축이라는 가격 상승 가능 호재와 서울과 근접하다는 입지 때문에 규제 이후 첫 몇 달간만 주춤한 듯이 보였지 그 후로는 서울 지역 규제로 오히려 계속해서 투자 수요는 있는 상황이다. 규제보다는 재건축 진행 정도에 따라 수요와 호가가 영향 받는다”라고 답했다.

2018년 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 팔달구와 이번 2.20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수원 영통구·권선구 등의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미 입지가 양호한 팔달구의 재건축 아파트와 교통 호재가 풍부한 권선구, 영통구의 아파트 상승세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팔달구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임에도 우만주공아파트와 매탄주공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는 규제 지역 지정 이후에도 대폭 올랐다. 우만주공1단지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 된 2018년 12월, 전용면적 47㎡이 2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을 거쳐 현재는 5억원을 넘는 가격에 실거래 되고 있다. 매탄 주공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일단 재건축 아파트는 수익성이 좋다. 매탄 주공 같은 경우는 시청 등과도 가깝고 교통도 좋아 계속해서 수요가 있다”고 답했다.

▲ 조정대상지역 지정이후 수원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단위=천원

“규제지역 낙인이 오히려 상승지역 시그널”


이번 2.20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된 수원 등의 준공 5년 이내 신축 단지들은 매기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해당 지역 부동산 업자는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신분당선의 호재로 인근 지역의 가격이 들썩거리는 화서역 인근 화서역파크푸르지오도 마찬가지다. 해당 단지의 문의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대신 인근의 구축 아파트인 화서주공3·4단지를 찾는 문의는 늘었다는 것이 한 화서역 인근 부동산 업자의 전언이다.

▲ 수원시 화서역 인근 한 구축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해당 구축 아파트들의 호가도 상승해 1월 20일 기준의 호가와 비교하면 1억원에서 많게는 1억2000여만원까지 상승한 평형도 있는 실정이다. 해당 업자는 “아무래도 장안구의 파크푸르지오는 워낙 가격이 많이 올라 굳이 이번 대책이 아니더라도 투자 수요는 인근의 구축아파트가 훨씬 많았다. 이곳(팔달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번에 조정지역이 된 권선구 등도 구축 수요가 더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정대상지역이 된 지역의 구축 저가 아파트가 지역의 매맷가 상승을 이끄는 현상에 대해 문상동 구도 D&C 대표는 “규제지역 지정이라는 행위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가격 상승 지역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규제의 타겟이 되는 고가 아파트보다 해당 지역의 저평가 아파트를 노리는 수요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저평가 단지로도 풍선효과 등이 번지면서 결국 가격억제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문 대표는 “규제지역으로 지정된다는 것을 해당 지역의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이해하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동일 지역 내 저평가된 아파트 등이 풍선효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규제로 가격이 조정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정책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을 이미 국민들이 학습한 상황이다. 조만간 다시 상승을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 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이 쉽사리 억제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역시 2.20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권선·영통 등의 지역이 상승을 이어가는 이유로 상대적 저평가 된 지역의 단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 대표는 “단기적인 규제만으로는 풍선효과 확대나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 거시적으로 연속성 있는 부동산 대책과 더불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실수요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테면 주택 실수요자에 맞춘 저리의 부동산 금융정책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식의 방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