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항공기(왼쪽)와 이스타항공 항공기(오른쪽). 출처= 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제주항공이 고심 끝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여파, 코로나19 등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규모의 경제로 살길 찾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무급 휴직, 희망퇴직 등 고강도 비용 감축이 항공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SPA 체결… 3대 항공사 도약 할까

2일 제주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은 앞서 양해각서 체결 당시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한 이행보증금(115억원)을 제외한 잔액 약 430억원을 오는 4월 29일까지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최근 항공업의 위기 극복 및 공동의 발전을 위한 방향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최종인수가액 및 방식, 절차 등에 최종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매각이 최종 확정난 것은 지난해 12월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까지 SPA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실사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짐을 이유로 2차례나 연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각작업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여파와 함께 보잉737맥스 및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리스크 등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약이 길어지면서 인수대금은 545억원은 당초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논의한 695억원보다 150억원 가량 낮은 수준에서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인수가격 인하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인 탓이다. 이스타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임금체불, 무급 휴직 등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이날 “양사는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시장상황을 고려,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면서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은 지난 2005년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란 모델이 등장한 이래 첫 동종업계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15년간 고속 성장을 해온 LCC 업계는 지난해 일본여행 불매운동으로 단거리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이 본격화 되면서 구조개편 가능성이 지속 제기돼 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 ‘빅3’ 자리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글로벌 항공업황 변화에 대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자연스레 잠잠해질 수밖에 없고, 이 가운데 경쟁 심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시장 우위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사의 합병으로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기존 45대에서 68대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168대), 아시아나항공(86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난해 기준 국제선 합산 점유율도 12.5%로 올라서게 돼 LCC업계 2위인 진에어(5.6%)와 3위 티웨이항공(5.4%)를 크게 앞서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대대적 구조조정 이뤄지나…“이스타항공, 제주항공에 흡수될 것”

양사의 최종 인수합병이 목전에 다다른 가운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완전자본잠식까지 간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당분간 비용 절감, 노선 감축, 인력 감원 등 자구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스타항공은 2011~2016년 완전자본잠식을 기록했으며,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자본잠식률 70.7%, 47.9%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였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보면 이스타항공의 영업익은 53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484.4%에 달한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익 등은 알 수 없지만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여있는 만큼, 이스타항공의 적자 폭도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의 상황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기손순실도 341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달부터 중국 본토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12일에는 위기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경영진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이 최악인 만큼, 제주항공은 임금 체불 등 인수 후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 밖에 두 항공사에 서로 겹치는 노선이 많다는 점도 구조조정 설에 힘을 싣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 항공사가 운항 중인 국제선 노선은 제주항공 82개, 이스타항공 34개 노선이다. 이 중 양측이 공동으로 운항 중인 노선은 20개에 달한다. 

양사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아직 경영전략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 또한 “지금 코로나19가 코앞에 있는 만큼 이를 우선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게 우선이다”며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재무적으로 봤을 때는 우려의 시선이 따르겠지만 전략적·중장기적으로 봤을때는 제주항공의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칠 경우 업황이 개선될 요지가 크다”며 “인수합병으로 경쟁강도가 줄게되면 제주항공은 업계 강자로써 위치를 확보하게 되는 거고, 항공업계는 빅3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복되는 노선이 많은 만큼 이스타항공의 노선 가운데 인기 노선은 취하고 나머지 노선은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로써 1~2년간은 유지되겠지만 그 이후에는 제주항공 브랜드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