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주문에서 반품의 가장 큰 원인이 옷의 크기가 맞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 Vox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크리스토퍼 무어는 MIT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세계의 석유 공급 추적에서부터 새로운 암 치료제를 찾는 것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바로 쇼핑객들이 정확한 옷 사이즈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

세상에 표준 옷 사이즈는 없다. 그것은 옷을 사면서 탈의실에서 청바지, 상의, 드레스를 입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다. 쇼핑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회사 나르바(Narvar Inc.)는 온라인 주문에서 반품의 가장 큰 원인이 옷의 크기가 맞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반품의 증가는 소매업체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켜 가뜩이나 얄팍한 회사의 마진을 더 잠식한다.

현재, 다양한 브랜드의 옷 규격을 조사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몸 치수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 트루 핏(True Fit Corporation)의 최고분석책임자(CAO)로 일하고 있는 무어는 "옷의 사이즈가 전혀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사이즈 8(Size 8)이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입니까?"

트루 핏은 옷의 맞음새 문제를 해결하려는 많은 회사들 중 하나다. 사람 몸을 3차원으로 스캐닝하는 앱, 변형률이 1% 미만인 옷을 만드는 편물기, 맞춤 양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회사의 서비스도 맞춤새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사이즈가 00부터 18까지 다양하고 특히 20이 넘는 특대까지 있는 여성 의류의 경우 문제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느 한 브랜드의 사이즈 8이 다른 브랜드의 8과 같아야 한다는 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남성 옷의 경우는 좀 더 쉽다. 남성 옷은 검증이 가능한 가슴, 허리 및 안쪽 슬기 치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2001년에 신체 스캐닝 머신을 최초로 개발한 에드 그리빈은, 각 회사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옷의 크기를 다르게 적용한다고 말한다. 품질과 생산 부문에 문제가 있는 회사와 소매업체들을 돕는 임팩티바(Impactiva)의 최고계약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그리빈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표적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맞도록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휴먼솔루션 오브 노스 아메리카(Human Solutions of North America)라는 회사가 3D 신체 스캐너를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의 6~75세 인구 1만 8000명의 몸 사이즈를 지도화했다. 미국 청바지 회사 갭(Gap Inc.)과 슈퍼 체인 타깃(Target Corp.) 등 주요 소매업체들이 후원한 이 연구에서 소비자들에게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질문이 포함되었는데, 응답자의 70%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휴먼솔루션의 안드레 루브케 북미지역 전무는 "현재의 사이즈표에 따른 치수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회사들은 자신들의 사양에 맞는 적합한 모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의 허리 사이즈가 커졌다는 것이다.

▲ 26 사이즈의 여성 스키니 진이 브랜드 마다 실제 크기가 각각 다르다.    출처= MICHAEL BUCHER

월마트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도 그들이 판매하는 옷이 사람들의 몸에 잘 맞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월마트는 산업 전문가들과 협력해 판매하고 있는 옷의 사이즈가 일관성이 있고 사람들의 몸에 잘 맞는지와 관련된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확한 사이즈표는 실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옷의 사이즈와 실제 맞는지에 대해 제조업체와소매업체를 돕는 컨설팅 회사 알바논(Alvanon)의 돈 하워드 대표는 현재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이즈표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실제 옷의 치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행 사이즈표는 또한 직물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맞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신축성 있는 천의 옷은 실제 크기를 작게 만들거나 신축성이 없는 옷은 크기를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미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몸매다. 2000년대 초반, 의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후원한 사이즈유에스에이(SizeUSA)라는 연구에서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측정한 결과 허리 사이즈가 28인치로 똑 같은 여성들의 엉덩이 둘레가 32인치에서 45인치까지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류 회사들은 곡선이나 직선 같은 새로운 실루엣을 추가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때로는 더 많은 혼란을 야기시켰다.

27세의 뮤시션인 매디슨 프라이스는 온라인에서 옷을 샀다가 몸에 맞지 않아 반품하는 것에 싫증이 나서 온라인에서 옷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도 사정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녀는 최근 타깃에서 타깃의 의류 브랜드 와일드 페이블(Wild Fable) 데님 점프슈트를 XS(extra small) 사이즈로 샀는데, 같은 브랜드의 같은 사이즈 터틀 넥 위에 입어보니 너무 꽉 끼었다.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프라이스는 "어떤 때에는 XS가 맞고 어떤 때에는 M(medium)이 맞습니다. 만드는 업체마다 사이즈가 다르니까요.”

타깃의 대변인은 의류는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되며, 이러한 세부사항들은 웹 사이트의 해당 품목 설명란에 설명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류업계 임직원들도 그런 중구난방의 기존 옷 사이즈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Levi Strauss & Co)의 칩 버그 CEO는 지난 달 "그런 사이즈 표시는 지금부터 10년 후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이 카메라로 자신의 신체를 스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체 스캐닝이 몸 사이즈의 정밀도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또 다른 유형의 불편함을 유발했다. 마이 사이즈(My Size Inc.)라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7월, 뉴욕의 팝업 매장에서 회사가 개발한 바디스캔 앱을 시험했을 때 쇼핑객들이 앱이 추천한 사이즈에 항상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이 사이즈의 로넨 루손 CEO는 "고객들은 항상 ‘나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난 중간 사이즈에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 사이즈는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사이즈를 S, M, L 대신 색상으로 대체했다.

▲ 현재의 사이즈표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회사들은 자신들의 사양에 맞는 적합한 사이즈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여성 스웨터 사이즈표.   출처= Patagonia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미국인들 대부분은 옷을 집이나 양장점, 양복점에서 치수를 측정해 만들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에 따르면, 이런 관습이 남북전쟁 중 의류 공장들이 군복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여성의 기성복은 193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30년대 말에 미국 농무부는 여성의 신체 사이즈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다. 기술자들은 약 1만 5000명의 여성들로부터 59개의 치수를 측정했다. 그러나 이 연구를 주도한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린 부라디 교수는, 이 연구가 대부분 백인 여성만 포함했기 때문에 데이터로 시용하기에는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1940년대 중반, 높은 반품률로 고심하던 전미우편주문협회(MOAA)는 연구소측에 농무부 데이터를 재분석해 줄 것을 촉구했고, 그 결과가 1958년에 만든 미 여성 의류 사이즈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신체가 커짐에 따라, 1980년대에 제조업체들은 이른 바 허영심 사이즈(vanity sizing, 옷 치수를 실제보다 작게 표기하여 날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기법)를 채택했다. 몸집에 짜라 옷도 커져야 했지만 사이즈 표기는 그대로였다.

사이즈유에스에이(SizeUSA) 지난 10년 동안의 연구에서, 300개 이상의 표준 측정치가 수천 개의 조합으로 변형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조업체들이 이 모든 것을 만들 필요는 없었지만 수 천 개의 데이터가 제조업체들에게 통제 없이 제멋대로 보내졌고 오늘날 옷 사이즈의 해독을 위해 통계학자가 필요할 정도까지 되었다고 부라디 교수는 설명했다.

일부 의류 업체들은 아예 사이즈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운동복 제조업체 그를 의류(Grrrl Clothing)는 S, M, L 이라는 표기 대신, 6피트 팔씨름 챔피언인 하이디 코드너와 UFC 스트로급 챔피언 장 웨일리 같은 여성 운동선수들의 이름을 따 사이즈를 표기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고객들은 여전히 웹사이트에 게시된 각 선수들의 치수와 자신들의 일치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를 의류의 코트니 올슨 CEO는 "하지만 여성들이 XXL을 주문하는 부끄러움을 감내할 필요는 없어졌다"고 말했다.